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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초이 Oct 01. 2022

강화도 여행

지인들과 함께

지난 9월 26일 1박 2일 여정으로 중년 남성 7명이 강화도 여행을 다녀왔다. 몇 해 전 중국 장가계 여행을 함께 다녀온 인연으로 모임을 결성했다. 가끔 만나서 막걸리나 마시자고, 막걸리를 사랑하는 회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여행하지 못하다가 작년 말에 제주도를 다녀오기도 했다.


올해 들어 울릉도를 계획하다가, 내년엔 외국여행을 가자고 돈 많이 드는 국내여행은 보류하자는 뜻을 모았다. 그렇게 지내다가 경남 통영으로 여행 일정을 잡게 되었다. 직장에서 운영하는 숙소를 구하려면, 가고 싶은 날에 예약했다가 랜덤으로 확정해 주는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 예약 일정을 선택했다가 한 사람만 당첨되고 다른 지인들이 떨어지는 바람에 강화도로 변경한 것이다. 일정도 2박 3일에서 1박 2일로 짧게 잡았다.


강화도는 섬이라고 하지만, 서울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1박 2일 간 볼거리, 먹을거리가 충분한 지역이다. 강화도는 여러 번 다녀온 곳이다. 가족들과도 다녔고, 다른 지인들과도 방문했던 지역이다. 그럼에도 갈 때마다 새로운 지역 명소와 맛집이 나타난다. 그저 드라이브 코스로 정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날씨 좋은 날 강화도, 석모도 일대를 드라이빙하는 맛도 좋다. 가을이라는 날씨에서 주는 바람과 서해바다에서 밀려드는 바람을 느끼는 멋 부림도 좋다.


강화도에서의 첫날은 루지 썰매를 탔다. 나이를 생각하면, 애들이나 타고 노는 것이라고 우습게 볼 수 있다. 막상 정상에서 타고 내려오는 속도감, 균형감에 스릴도 느끼고 나름 재밌게 타고 놀았다. 헬멧을 착용한 모습에 다들 웃음이 빵 터지기도 했다.


다들 아침을 거르고 루지를 타고 놀아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다. 강화도에 왔으면 해물칼국수는 먹어줘야 한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의 이점을 살린 음식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칼국수인 것이다. 산지에서 구하기 쉬운 어패류가 들어간 칼국수는 도심지에서의 맛과 다르다. 여러 가지 해물이 신선하고 양도 넉넉하게 넣어준다.


강화도 늘품 해물칼국수를 찾아갔더니 산지의 특징이 잘 담겨있다. 면발의 식감이 좋고 조개, 홍합이 그릇 가득 들어있어 국물이 끝내주게 맛있었다. 우리들은 맛있는 음식이라면 일가견이 있다. 맛집을 찾아내는 촉수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다. 여럿이 모이면 먹는 게 중요해진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구경도 잘하게 된다.


먹었으니 구경할 차례다. 동막 해변으로 달렸다. 썰물 때라 바닷물은 해변을 떠나 있다. 넓은 갯벌에 아이들 몇몇이 모래놀이가 한창이다. 모래를 파고 물을 가두고 넘치면 물길을 내고 더 넓게 모래를 판다. 손과 발에는 모래 알갱이들이 잔뜩 묻어있다.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왕자와 공주가 살고 있을 것인가.


저녁거리를 사러 대명항을 가기 전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자연산 광어를 구해보자는 의견을 나눈다. 대명항 어판장마다 가을 꽃게를 파느라 여념이 없다. 킬로당 만 원부터 출발이다. 가을엔 살아있는 숫 꽃게를 먹어야 한단다.


우리들은 운 좋게도 자연산 광어 5킬로짜리를 현금가 17만 원에 구매했다. 활어회를 도시락 크기만 한 일회 용기 7개에 담아준다. 일 인당 한 개씩 먹으면 된다. 입안에서 비린내가 진동할 것 같다.


숙소인 솔바위 펜션에 들어와 오늘의 세프 담당이 매운탕을 준비하느라 주방에서 칼질을 시작한다. 남은 사람들끼리 족구 한판을 하자고 나섰다. 펜션에 마련된 족구장에서 세 명씩 조를 나눴다. 네트 양쪽으로 자연스럽게 서서 공을 넘기다 보니 팀을 나누게 된 것이다. 결과는 내가 속한 팀이 2승으로 이겨버렸다.


매운탕 준비를 끝내고 낙조를 감상하러 펜션을 나섰다. 장화리 일몰 장소를 가다가 스페인 마을을 들렀다. 족구에 진 사람이 커피를 사야 하지 않겠는가 넌지시 떠보니 흔쾌히 사겠다고 나선다. 50이 넘었어도 아직은 솔로인 지인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감사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낙조 풍경을 핸드폰에 열심히 담았다. 구름이 도와주지 않아 밋밋한 느낌이다. 붉게 떠오른 태양은 붉은빛의 꼬리를 남기고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하루가 숨 가쁘게 넘어간다.


숙소로 돌아와 자연산 광어와 매운탕으로 여행의 피로를 잠재운다. 넉넉하게 취기가 돌 때쯤 노래방 기기를 틀어놓고 한 곡조씩 뽑는다. 취한 몸들이 박자를 놓치고 음정을 뒤따른다. 거실은 웃음꽃이 만발한 화단으로 탈바꿈한다.


강화도 새벽 공기에서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아침이슬이 땅속으로 빠르게 숨어들 뿐이다. 깊은 단전호흡으로 온몸을 깨워본다. 맑은 공기에 숨겨진 풀냄새를 찾아낸다. 후하고 토해내는 날숨에서 간밤의 찌꺼기 냄새를 맡는다. 가만히 야외의자에 앉아 명상을 시도한다. 들숨과 날숨의 순간을 알아차리고 사지에서 보내오는 감각을 느낀다.


익숙한 듯 찾아온 강화도인데 낯선 모습도 가지고 있음을 보았다. 서울서 멀지 않은 거리의 강화도지만 자주 오지 못한다. 석모도로 가는 다리도 있어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다. 강화도, 석모도를 묶어 가족끼리 찾아도 좋은 여행지라는 생각이다.


이번엔 가까운 지인들과 찾아와 나중에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엮었다. 다른 곳에서 만나면 강화도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쏟아내게 될 것이다. 추억 가득한 여행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다음, 또 다른 곳으로의 여행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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