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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초이 Dec 28. 2022

겨울에 하는 일

커피와 책이 곁에 있다.

  춥다. 동장군이 개선했다. 찬바람만 몰고 올 것이지 설군까지 대동하고 남침했다. 하루 이틀은 겨울 맛을 즐길 수도 있지만 일주일은 견디기 힘들다. 겹겹이 옷을 껴입고 거리로 나가도 손발이 시리다. 집안 어딘가 구석진 곳에 숨어있던 겨울 장갑을 찾아냈다. 털신을 사야 할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하다가 견뎌보자고 마음을 돌린다.


  드디어 핸드 그라인더가 도착했다. 코만 단테 핸드 밀을 올해 내게 하는 선물로 정했다. 일 년 동안 고생한 나에게 주는 특별 선물이다.  가족 모두 고생했지만 나 자신을 격려해 주고 싶었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지 않았고 배우고 싶었던 커피 로스팅을 마쳤으니 말이다. 커피 생두를 구매해 홈 로스팅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로스팅 한 원두를 사무실에 가져가 내려마시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커피 그라인더는 휴대용 전동 그라인더를 사용하다가 검색을 통해 코만 단테를 알게 됐다. 실물 영접을 하고 원두를 갈아보니 소리가 부드럽다. 입자들이 고르게 갈리는 것 같다. 커피도 깔끔한 맛이다. 홈 카페지기로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은 구매를 완료했다. 틈나는 대로 핸드드립 레시피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다. 따라 하다 보면 나만의 맛을 찾는 날이 올 것이다.


  커피 생두는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을 통해서 구매한다. 얼마 전에 브라질 옐로 버번 내추럴을 구매했다. 결점두를 골라내고 가마솥으로 로스팅을 했다. 중배전을 넘지 않도록 볶는다. 가마솥 로스팅은 불 조절을 잘해야 한다. 중불로 시작해서 약불로 끝낸다. 나무주걱으로 쉼 없이 저어줘야 한다. 고소한 냄새가 거실로 날아간다. 커피콩의 크랙 소리는 옥수수가 팝콘으로 변신하는 소리보다 연약하다. 솥 안에서 멀티 사운드로 들리고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 불을 끈다. 솥 안의 열기로 마무리 지으면 된다.


  추운 겨울날이면 나만의 핸드드립 레시피로 준비한 커피를 마주하고 책을 편다. 책의 향기와 커피 향이 내 몸을 깨운다. 요즘 읽는 책은 "(언어)를 (디자인) 하라 유영만 박용후 지음"이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세계만큼 내 세계다.


  이번 겨울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것저것 마음 쓰이는 일들이 한꺼번에 달려들고 있다. 봄에는 좀 나아지려나 모르겠다. 나아지겠지. 잘 되겠지. 잘 될 거야는 긍정의 언어가 아님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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