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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초이 Jul 04. 2023

옥수수

여름간식

 우리 동네에서는 찐 옥수수를 먹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동네라고 하면 시골동네를 상상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서울 노원구 소재 ㅇ계동 어디쯤이다. 찐 옥수수가 얼마나 맛있으면 줄을 서가며 사갈까 하는 사람이 있다. 찐 옥수수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나도 찐 옥수수를 솥에서 꺼내는 시간에 맞춰 줄을 서서 기다린 적이 있다. 줄을 서가며 먹어야 할 맛이다라고 강력추천하지는 않겠다. 다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한 번쯤 맛보는 것도 손해는 아닐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옥수수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밀, 벼와 함께 세계 3대 식량 작물 중 하나인 옥수수는 우리나라에는 16~17세기 무렵에 들어왔다. 옥수수의 최초 원산지로 알려진 곳은 라틴 아메리카로 콜럼버스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적은 일손으로 많은 양의 작물 수확이 가능하여 ‘순금의 열매’라고 불렀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강원도 산간지대에서 재배되고 있다.  


  봄볕이 씨앗을 키우기에 적당해질 때면 시골집 텃밭에 옥수수를 심는다. 어머니께서는 아들이 좋아하는 옥수수를 심기 위해 고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운다.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고 옥수수 두세 알씩 파종한다. 딱딱한 옥수수알이 비닐 위로 초록잎을 내밀 때면 신기할 정도다. 옥수수는 뿌리가 억세다. 옥수수를 따고 걷어낼 때면 삽으로 깊게 파고나서야 뿌리를 캘 수 있었다. 그렇게 시골집 텃밭에서 키워 먹던 옥수수를 몇 해 전부터 먹지 못했다. 여름이면 시골집에서 가져온 옥수수를 쪄먹던 생각이 난다.


   그런 생각들이 동네 찐 옥수수 구입행렬로 이끄는 것 같다. 양은솥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맡으며 시골의 여름밤을 생각하는 것이다. 마당에 갓 베어낸 다북쑥으로 모깃불을 놓고 평상마루에 둘러앉는다. 쑥이 미처 불꽃을 피우기 전에 내는 연기가 마당을 휘감고 대문으로 달아난다. 어머니께서는 부엌에서 갓찐 옥수수를 대형 양푼에 가득 담아 나오신다. 평상마루에 앉아 있던 우리들은 재빨리 가운데 공간을 비운다. 찐 옥수수가 담긴 대형 양푼 놓을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를 덥석 집어 들다 '앗, 뜨거워'하며 놀라던 그때가 생각난다. 그런 생각들에 취해 비가 오는 날에도 줄을 서는가 보다.


  어느 날인가 몇 시에 나오나요? 물었다. 네 시 십오 분입니다 주인의 대답을 들었다. 네시쯤 집에서 나와 찐 옥수수 판매부스에 가보면 벌써 줄이 생겼다. 음 냄새 좋다. 내가 줄 끝에 서면 곧바로 내 뒤에 사람이 선다.


  줄 서는 식당만 있는 게 아니고 줄 서는 찐 옥수수 가판대도 있다는 게 재밌는 삶의 풍경이 된다. 줄을 서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아마도 저마다의 어린 시절 추억을 생각하고 싶어 줄을 서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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