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역시나 작년과 비슷하구나
일년에 한 번, 누구나 갖고 있는날.
그 날이 돌아왔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기다리고 있지도 않았고, 기대하는 것도 없는 날.
생일.
올해도 역시나 혼자.
어쩌면 제가 자초해서 만든 '혼자'인 생일일수도 있겠네요.
모든 SNS에 제 생일 알림이 뜨지 않도록 설정해 놓아서 (SNS를 별로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개인적으로 제 생일을 캘린더에 체크해놓지 않았으면 알 수 없게 해놓았거든요.
저는 왜 이랬을까요?
저는 이상하게도 그렇더라고요.
뭔가.. 정말로 마음으로 축하해주는 그런 축하메시지가 아니라면
별로 받고 싶지 않은.
형식적인 '생일축하메시지'는
어느정도의 인간관계를 '유지'해놓기 위한 그런 수단으로밖에 느껴지지가 않는다고 해야할까요?
평소 연락을 잘 안하다가
일년에 한번, sns에 '생일알림'이 뜨면 메시지를 보내는.
그래서
'나와 너는 아직 친구야. 맞지?'
이렇게 상대방에게 확인을 시켜주는 듯한.
제가 성격이 꼬이고 꼬여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생일날 아침,
우선 부모님께
낳아주셔서,
정말 힘드셨을텐데도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시지와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뭔가 오늘 꼭 해야할 일을 마친 느낌과 함께
'이제.. 뭐 해야 하는거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일에는 무엇을 해야하는 것일까요?
다들 생일에는 무엇을 하는 것이죠?
생일파티를 해야하는 것일까요?
친구과 맛있는 음식, 행복한 기운이 가득한 그런 파티?
저만 그런것일까요?
만~약에 생일파티를 한다고 가정을 해보죠.
정말로 제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파티에
기쁜 마음으로 모일 친구들이 몇이나 될까요?
아니, 제 자신이 아무런 부담 없이 친구들에게
"몇월 몇일이 내 생일이야~ 그 주 토요일에 시간 어때?
(파티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같이 밥이라도 한번 먹자~ "
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는 있을까요?
20대 초반을 지나고 난 후로는
한번도 이런 '생일밥' 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죠.
우리는 더이상 그런 '친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냥.. 과거 어느 시점에 '친구'였던 사이라는 걸.
나이가 들어갈 수록
마음에 어떤 부담도 없이 연락을 할 수 있는 친구의 수는
다섯 손가락을 다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줄어들더군요.
' 내가 잘못살고 있는 것일까? '
몇년 전부터 생일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생일날은 평소보다도 더 우울감을 느끼게 되어서
생일날을 기다리지 않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다행인 것일까요?
올해 제 생일에는 생일인지도 모를 정도로 아주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생일이 토요일이었는데요,
어쩌다가 아주 빡센 코딩일을 일요일까지 해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위의 저런 '우울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바쁘게 생일을 보낸게
저라는 사람에게는 더 '나은' 생일을 보내는 방법 같습니다.
그래도 내년 생일에는 이런 '우울감'보다는
'행복함', '감사함'을 더 많이 느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