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
어제 토요일 내내 저 자신에게 실망했었습니다.
뭐 잘못한게 있는건 아니지만,
하려고 계획했던 것들을 모두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일까요?
아무튼, 어떻게 하면 이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48시간동안 입고 있었던 잠옷을 벗고,
운동복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헬스장으로 갔습니다.
일요일 오전 11시 50분.
예상대로 텅~ 빈 헬스장.
트레드밀에 올라탔습니다.
처음 시작은 3.5mi/hr. 걸었습니다.
한 3분정도 그렇게 걷고 나니 지겨워졌습니다.
헬스장에서 30초 거리인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나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나?
오기에 속도를 올렸습니다.
4.5mi/hr. 가볍게 조깅하는 속도.
그래, 이 속도로 10분만 더 뛰어보자.
그렇게 10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몸은 어제, 오늘, 이틀 연속으로 먹은 감자칩 덕분에 무거웠지만
멈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감자칩핑계를 대면서 15분도 안채우고 집으로 돌아가기엔
자존심에 상처날 것 같았습다.
트레드밀 시간을 보니
조금만 더 뛰면 20분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 20분까지 뛰고 좀 걷다가 집에 가자.
20분이 되자마자 속도를 3.5mi/hr로 확 줄였습니다.
걷는건 참 편하구나.
나이키앱이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3km 달렸다고.
조금 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 1분만 걷고 다시 9분만 더 뛰자.
그래서 트레드밀이 30분을 가리킬 때까지 뛰자.
다시 4.5mi/hr로 돌아왔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아까보다 조금은 수월한 느낌.
여전히 목구멍에서는 감자칩 스멜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계속 뛰었습니다.
그렇게 30분이 되자 또 1분을 걷고, 다시 9분 뛰었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렇게 3분씩만 더, 5분씩만 더, 하다보니
1시간을 트레드밀 위에 있었습니다.
나이키앱이 말했습니다. 9km를 뛰었다고.
이상하게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땀이 많이 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숨도 많이 가쁘지 않았습니다. 그게 싫었습니다.
모름지기 운동을 했으면, 말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가쁘고,
셔츠가 땀에 흠뻑 젖을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조금 더 뛰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속도를 올렸습니다.
5mi/hr에서 30초. 5.5mi/hr에서 30초,
6.0mi/hr, 6.5mi/hr, 7.0mi/hr,
마지막으로 7.5mi/hr까지 30초씩 뛰었습니다.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뛰고 10km까지 채우고 싶어서
나이키앱이 10km 뛰었다고 말할 때까지 계속 걸었습니다.
10km를 채우자마자 과감히 트레드밀 Stop버튼을 꾸욱 눌러주었습니다.
저라는 사람을 30년 넘게 데리고 살면서 알게 된 것은
우울감이 100을 꽉 채우기 전에
반드시 미리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울감이 70정도 찼을 때,
50으로 낮추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70을 넘어서서 80이 되고, 90이 되면,
어떤 방법으로도 우울감을 낮추는게 어렵고,
그저 언젠가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행히 저에게는 우울감을 낮추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운동을 하는 것.
운동을 하는 동안 엔돌핀이 퐉퐉 나와서 기분이 자연스레 업 되고,
거기에 추가로
운동을 마치고 뜨거운 물로 반신욕을 하면
어느새 우울감이 50으로 확 낮아지더라고요.
오늘도 꾸역꾸역,
온 힘을 다해 자기부정을 해가며 헬스장에 간 덕에
다음주를 살아낼 기운을 충전한 것 같습니다.
다음주에는 우울감을 덜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을 하러 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