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상 적혈구 빈혈 치료를 위해 인간에게 크리스퍼가 사용되다.
크리스퍼(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생물학 혹은 의약학 분야 종사자라면 적어도 한번은 들어봤을 법한, 정말 '핫'한,
유전자-편집 (genome-editing)을 위해 사용되는 테크닉입니다.
#사실 크리스퍼는 정확히는 원핵생물 (prokaryotic organisms)이 갖고 있는 DNA의 한 부분으로,
원핵생물이 침입자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기작에 사용되는데,
스마~트한 연구자들이 이를 이용하면 세균 뿐 아니라 인간과 같은 다른 종의 세포에서
DNA를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크리스퍼'하면
'원핵생물의 DNA 서열의 특정부분'이라기 보다는
'유전자-편집 테크닉'으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크리스퍼는 유전자 변이가 원인인 여러 질환의 치료에 대한 청신호가 아닐 수 없지만,
원하는 부분의 DNA에 100% 적중하여 작용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사용하기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보는 연구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질환에서는 크리스퍼를 이용해서 병을 치료하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겸상 적혈구 빈혈 (Sickle cell disease) 입니다.
겸상 적혈구 빈혈은 11번 염색체에 위치한
헤모글로빈-베타 (hemoglobin-beta) 유전자에 생긴 변이가 원인으로,
정상이라면 둥근 형태여야 할 적혈구를
C자 모양(혹은 낫 모양)으로 만들어서 혈액의 원활한 흐름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환자들은 극심한 통증과 빈혈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서
환자들은 증상을 경감시키는 약물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의 정확한 위치까지 알려져 있는 만큼,
크리스퍼를 이용하면 병을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되고 있었지만,
크리스퍼의 부작용에 대한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인간에게 쉽사리 적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미국 미시시피주에 사는 빅토리아 그레이 (Victoria Gray)라는 환자가
크리스퍼를 이용한 겸상 적혈구 빈혈 치료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그녀의 골수세포(bone marrow cells)가
태아성 혈색소 (fetal hemoglobin)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크리스퍼를 이용해서 유전자를 변형시킨 다음,
20억개가 넘는 유전자 변형된 세포를 빅토리아에게 주입했습니다.
#태아성 혈색소는 태아가 엄마의 혈액에서 산소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단백질인데,
보통 아기가 태어나면 태아성 혈색소는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이 태아성 혈색소를 갖고 있는 적혈구가
빅토리아의 몸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낫 모양의 적혈구를 대신해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를 했습니다.
여러 힘든 치료과정을 견디고 약 두 달 후 빅토리아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채취한 혈액을 이용한 검사에서
빅토리아 혈액에 존재하는 전체 혈색소의 거의 절반이 태아성 혈색소였다고 합니다.
(이는 이식한 세포들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 치료 후에 빅토리아는 어떠한 부작용도 겪지 않았고,
크리스퍼 치료 전에는 종종 받아야 했던 수혈을 받을 필요도 없었고,
때때로 겪었던 극심한 통증도 겪지 않았다고 합니다.
What a Great News!
물론 빅토리아가 이 치료를 받은 지 채 일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치료 부작용을 겪을 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정말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 크리스퍼가 더 발전되고 연구되어서
더 많은 질환 치료에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빅토리아도 꼭 병에서 100% 완치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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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