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핫라인
우리 모두는 인생에서 힘든 순간들을 겪습니다. 때로는 그 무게가 너무 커서,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느껴질 때도 있죠. 자살예방 핫라인은 그런 순간에 당신을 도와주는 중요한 안전망입니다. 이 핫라인은 단순한 전화번호가 아니라, 당신이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따뜻한 도움의 손길입니다.
자살 충동은 예상하기 어려운 순간에 쌓여왔던 감정이 폭발하면서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살예방 핫라인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도움을 제공해, 우리와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자살예방 핫라인이 우리에게 실제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한 사람의 경험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네이버에 자살이라고 검색하니까 무슨 전화번호가 하나 나왔다. 여기에 전화하면 내 말을 그냥 선입견 없이 들어줄 수 있을까? (...) 죽기 전에 누구한테라도 막 털어놓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 그런데 통화 중이었다. 그것도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라는 것이다. 그때가 새벽 2시였다. (...) 그래도 꿋꿋하게 기다렸다. 전화번호를 남기면 전화를 준다는 메시지에 연락처를 남겨 놨다. 어차피 죽고 싶은 사람이 뭐 한두 시간 기다렸다 죽는 거 힘든 일도 아니었다.
전화가 오고 정말 그때 상담전화를 받으신 분은 정말로 잊지 못할 정도로 감사하다. 따뜻한 말과 경청의 자세로 나의 어려움을 묻지도 따지지도 선입견을 갖지도 않고 들어만 주셨다. (...) 나는 그분이 고마워서라도 순한 양처럼 네네 하며 모든 것에 동의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그 근래 들어 가장 편안한 잠을 잤다.
다음날 자살예방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사례 관리자가 집으로 찾아오겠다고 했고, 인상 좋게 생기신 간호사 선생님 두 분이 내 집을 방문해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다. 필요하면 정신과 상담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해 주셨다. 이후 실제로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가게 되었고, 약 처방을 받게 되었다. 약을 먹으니 모든 것이 무덤덤해졌지만, 이때부터 남편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 “누군가의 자화상 (자살시도자 수기집)”, 30p~32p
이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자살예방 핫라인은 단순히 마음이 힘든 사람의 전화를 받아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핫라인을 통한 상담은 당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그 후에도 개인정보활용동의를 통해 연결된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례관리자가 정기적인 상담이나 방문을 통해,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합니다. 정신적인 고통에서 스스로 벗어나기 어렵거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떨치기 어려운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를 통해 반복된 자살에 대한 생각과 그로 인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살 예방 핫라인은 이처럼 위기 순간의 즉각적인 도움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회복의 길로 나아가는 것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살예방 핫라인은 당신의 이야기와 고통을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누구나 이 핫라인을 통해 익명성을 보장받으며, 자기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안전하게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핫라인은 여러 가지 고통으로 자살이란 선택지를 고민하는 사람을 포함하여 심적 위기를 겪는 사람들에게도 현실적인 도움을 제공합니다. 그리하여 자살뿐 아니라 여러 정신건강의학적 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병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살 예방을 위한 여러 핫라인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상담전화(1577-0199)는 각 지자체마다 설치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의해 24시간 운영되며,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로 연결하거나, 자살위험 또는 심각한 정신과적 위기에 대응하여 출동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세종특별자치시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이러한 정신건강 상담전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살예방상담전화(109)는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제공하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추가적인 지원 서비스로 연계합니다. 청소년 정신건강 핫라인(1388)은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며, 학교나 지역사회 자원과 연결해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돕습니다. 이 핫라인들은 자살생각을 경험하거나 자살 위기에 처한 모든 사람들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자살예방 핫라인은 단순한 전화번호가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손길입니다. 만약 당신이나 주변의 누군가가 마음의 심한 아픔을 겪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자살예방 핫라인에 연락해 보세요. 우리의 생명은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안유석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국립교통재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조교수
* 위 글은 헬스조선의 연재 <당신의 오늘이 안녕하길>의 ["번호만 누르면"… 당신을 위한 '따뜻한 손길'이 기다립니다]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