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여향기 4
“올라! 그라시아스!” 내가 아는 유일한 스페인어다. 아침에 일어나 콘퍼런스실 입구에서 만난 호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페루에서 둘째 날이 시작되었다. 분명 아침인데 나의 몸은 아침의 상쾌함 하고는 거리감이 있다. 한국은 한 밤중이다. 남미 방문객들에게 긴 여행 거리보다 밤낮이 완전히 바뀐 시차 적응이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각국 먼 길을 와서 아침 일찍부터 시작하는 좀 빡빡하게 진행하는 콘퍼런스이다. 참가자들의 표정들이 모두가 밝다. 같은 남미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면서도 모두 함께 만나는 모임을 처음 가지는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었다.
남미는 하나의 큰 대륙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말할 것도 없이 엄청 크고 페루도 우리나라 땅의 13세 배다. 남미는 안데스와 아마존의 세상이다. 안데스 산맥은 세계에서 제일 긴 7,000km의 거대한 산맥이 태평양 연안을 따라 남북으로 우리나라 백두대간처럼 가로지르고 있다. 산들의 높이도 7,000m에 육박하는 만연설이 덮인 고봉들로 즐비하다. 해발 평균이 4,000m나 되는 고산지대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무수한 계곡들, 그랜드 캐년보다 더 깊은 계곡, 엄청난 높이의 폭포들과 자연의 비경들이 숨겨져 있는 신비한 땅이다.
안데스 산맥의 고산 자락들은 태평양 반대편 동쪽으로 부챗살처럼 매우 길게 발달되어 있다. 대서양으로 무수히 많고 깊은 산골짜기 들을 따라 수많은 강줄기를 만들어 낸다. 그 강줄기들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강이 바로 아마존이다. 한 대륙에 물이 한 곳에 모아져 흐르고 있으니 강이라기보다 그냥 바다와 같은 거대한 물 천지의 세상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물과 열대우림이 함께 어우러져 세계 최대의 생태계 보고이며 별천지를 이루고 있다.
남미 활동가들은 이 높고 넓은 세계에 자리한 페루, 파라과이, 볼리비아, 브라질, 아이티, 멕시코 같은 나라에 각기 들어가 흩어져서 활동을 한다. 같은 단체 소속이라 서로 소식은 주고받지만 함께 만나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금번이 처음으로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얼굴을 맞대고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기에 명절 같은 분위기이다. 나는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머나먼 타국에서의 삶의 외로움 같은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조국을 떠나 머나먼 이국땅에서 사는 인생을 선택한 사람들과 그들의 삶의 현장이 궁금해져 왔다.
남미에 와서 며칠을 꼬박 호텔 안에서만 있었다. 콘퍼런스 기간이 3박 4일이다. 주목적이 여행이 아니라 콘퍼런스에 참여하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남미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활동가들은 남미 각국에서 길게는 수 십 년을 현지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과 긴 시간들을 함께 하면서 남미가 어떤 곳인가 실감 나게 듣는 시간들이 되었다.
“이과수 폭포도 한 번 보러 오셔야지요!” 하던 세계 최대의 폭포가 있는 파라과이 활동가 이야기, 해발 4,200m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활동가의 부인들이 일찍 죽는 슬픈 이야기, 아마존 열대 밀림에 브라질 활동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엄청 멀게만 느껴졌던 남미가 그들과 가까워지면서 보다 가깝게 느껴졌다. 언젠가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