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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 Jan 13. 2016

당신의 마음을 온기로 물들이는 손편지 한 통

월간 BIBLIA 인터뷰

벌써 2015년의 마지막 달이구나. 여러 생각이 오갔던 12월. 도서문화 월간지 비블리아에서 연락이 왔다. 손편지 프로젝트에 관해 인터뷰하고 싶다고. 뜻밖에 연락이라 놀랐고 깊은 관심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창간 1주년을 맞았다며 편지 신청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에 가고 있던 터라 그 날로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생애 첫 인터뷰


건축이나 디자인 잡지 외에는 아는 잡지가 드물어서 이것저것 여쭈어 보니, 만나는 날에 과월호 몇 권을 주신다고 했다. 감사해라. 내가 사랑하는 을 다루는 잡지여서 더 의미 있는 첫 인터뷰. 손편지 프로젝트 인터뷰로는 처음이었고, 생애 첫 인터뷰이기도 했다. 징하게 했던 잡 인터뷰를 제외하고 말이다.



“질문지를 미리 드릴까요?”
“받지 않는 편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소개팅하는 기분으로 기자님을 만났다. 한 시간 남짓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인터뷰’라는 게 오로지 에게 초점 맞춘 대화라 조금 낯설었다.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 일이기도 했다. 수많은 면접을 봤었고, 전시 해설도 하고 있지만, 그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긴장되는 한편으로 가슴 뛰는 일이랄까. 온전히 내게 귀 기울여 주는 이가 있다는 건 그런 기분이다.


손편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 편지를 보낼 때와 받을 때 기분이 어떻게 다른지, 좋아하는 시, 추천하고 싶은 책, 꾸준히 하기 힘들진 않은 지. 편지 쓰면서 한 번씩 답해 본 질문이 많아 대답이 술술. 평소 생각하며 지냈던 것들을 속 시원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어떻게 편지에 시를 써서 보내게 됐나요?”


내겐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위로가 필요하면 시를 읽고 책을 보는 일이. 언제부터였을까. 22살 즈음에 한창 고민이 많아 책만 읽은 적 있다. ‘현실 도피성 독서’라고 명명해둔 습관이다. 그때부터인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니 20살 때 기억이 스멀스멀.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를 읽고 울컥한 일이 떠오른다. 그날이다. 읽기 시작한 때가. 아, 그랬구나. 덕분에 잊고 지낸 날을 되새긴다.


고3, 수능을 치르고 합격한 대학은 목표하던 곳이 아니었다. 대학에 합격했음에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지난날을 격하게 후회하며 연일 눈물 바람. 그래도 꾸역꾸역 OT도 가고 기숙사에 짐도 옮겨 놓고. 소복소복 하얀 눈이 내렸던 날, 앞으로 함께 지낼 동기들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내 기준엔 ‘뜨악’ 스러운 문화를 접하게 된 것이다. 토끼 눈이 되어 입학식도 치르기 전에 자퇴하고 재수를 결심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시’는 문제를 맞히기 위해 알아야 하는 지식, 그뿐이었다. 그러나 충격을 떠안은 채 공부를 시작하고 본 <바다와 나비>가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이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릴케가 젊은 시인에게 보냈던 10통의 편지를 엮었다. 가장 좋아하는 책. 추천해달랄 때면 꼭 말하는 책. 내가 본 책을 차르륵 넘기면 연필 선이 가득하다. 읽고 또 읽어도 늘 좋다. 돌이켜 보니, 책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 릴케처럼 조언할 수 있는 지혜가 많은 사람이 되길. 누군가에게 힘이 될 편지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길. 힘들 때마다 꺼내 읽으며 그런 꿈도 품어 보았다.



12월 엽서에 쓴 창간 1주년 축하 편지와 기자님께 선물한 수제 노트

생애 첫 인터뷰를 하며 지나온 시간을 밟아 보니, 안개로 가득했던 눈앞이 맑아진 기분이다. 지금껏 쌓아온 기억과 감정이 하나둘 연결되어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됐구나. 덜컥 시작한 편지 쓰기와 나의 연결 고리가 보인다. 언제가 되었든  필연적으로 시작할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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