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뜨끈함을 찾아라
시│현정아
퇴근 후 하늘이 맑다
여름이 천천히 가고 있다
뜨거운 여름은 아쉽다
못내 아쉬운 여름이
꽈배기처럼 맛있게 구워진다
땅도, 사람도, 나무도, 하늘도
갓 구운 찹쌀에 달라붙은
뜨끈한 온기처럼 폴폴
나는 그 맛을 한 입 베어 문다
내지르는 더위는 아무것도 아닌 듯
기막힌 달콤함, 따끈한 여름이
살살 들어가 살살 녹는다
그렇게 여름을 물어가니 이 맛에 여름인가 보다
꽈배기처럼 엉겨 찰싹 붙어가니 말이다
퇴근하는 토요일의 주말이 좋다. 무엇이든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쉬어감이라는 아늑한 공간으로의 귀환이라 더 좋은 마음이 든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렸다기보다 최선을 다해냈다는 작지만 커다란 뿌듯함을 지금, 이 계절의 여름만큼 느끼고 있다. 일상은 구슬을 꿰듯 다시 시작되고 지나가는 반복적인 연속의 나날이라지만, 그때마다 나는 조금씩 다르게 자라나간다.
일상 안에 잠긴 매일은 같지만 다르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 꽈배기처럼 돌돌 말려 있다. 익숙함을 벗어난 곳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사이마다 놓인 나의 여름. 그만큼 불타오르는 혹독한 시절일 수 있지만, 또 그만큼 나만의 열정을 다시 밝힐 수 있는 나날이다.
작은, 가벼운, 소소한 나의 자리마다
크게, 무겁게, 거창하게 자리한 기쁨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는 버거운 일들 안에도 얼마나 나는 행운의 시간을 만나가고 있을까.
토요일의 퇴근길 찹쌀 꽈배기를 샀다. 집으로 가는 길목의 따끈함, 이 여름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한 입 베어 문다. 목까지 쫀쫀한 맛이 엉겨 붙어 따끈하게 자리 잡는다. 입 안 가득 고소한 풍미가 번진다. 이 맛에 여름이 행복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