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 하여금 사랑이 흐르도록
8월의 결에 대하여
시│현정아
8월의 바람은 결이 짙다
온몸을 타고 부르는 노래,
뜨거운 사랑이 내게 머물러
가까스로 삶이 진해지도록
고요 안에 묻힌 상념
바람의 흔적은 때때로
아침부터 밤까지
거나하게 취하도록
흔들어질 일뿐이라지만
헤집고 헤집어 따라가도록
긴 긴 그 소리, 그 노래
잊으면 안 될 것 같아
그 안에 묻혀
그대로 맞는
나라는 삶이
우뚝 서도록
두 팔을 용케도
활짝 벌린다
토요일의 한낮은 여전히 뜨겁고 거칠다. 바람마저 뜨거워진다. 여름의 뒤안길이라지만 쉽게 여름은 가기가 어렵다. 아침부터 밤까지 깨어있는 시간이 긴 만큼 삶은 바빠진다. 그런 삶에서도 바람은 존재한다.
낮고 조용한 바람부터 세찬 비바람까지 다양하다. 삶은 알 수 없는 일이기에 바람처럼 휘몰아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름을 견디어 간 나무가 우뚝 선 까닭은 초록을 향한 집념만이 아니다.
두 팔을 벌려 안아간 삶이 있기에 가능하다.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도 긴 호흡, 하나의 노래로 쉼 없이 달려낸 삶이기에 바람 같은 결을 그대로 안아갔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나무 같은 삶을 계절마다 안아가고 싶다. 나도 우뚝 팔 벌려 바람을 그대로 맞는다. 때론 작은 바람이 시원하게 지나기도 하지만 지금 흐르고 있는 세차고 더운 공기마저도 내게 사랑이 되어 갈 수 있도록 그대로 맞는다. 그리고 지금의 나의 시절을 안아가 본다.
마지막 8월이 여전히 흐르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