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것이 흘러가는 대로
구름
시│현정아
살며시 만진다
눈에 폭 안긴다
터질 듯한 가슴
부둥켜안은 숨결
이내 촉촉해진 별
쓰다듬고, 쓰다듬고
미세한 호흡 따라
가만히 귀 기울다
떨리는 그 작은 1초의 심정
놓치고 싶지 않아
까맣게 부여잡은 마음
하얗게 몽글 대다가
하늘 가득 세상 빛 접어
가장 환하게 토해지다
가을이 다가오는 늦여름의 구름이 환상적이다.
여기저기 봇물 터지듯, 마치 폭탄을 터트린 모양새로 하얗고 하얗게 이룬 하늘길에 감탄하고 있는 요즘이다.
하늘은 연한 하늘색, 그 바탕을 이루는 구름의 나날은 밤을 지새 별을 만지고 태양을 마주해 가는 언어가 된다. 그만큼 구름 구경하기에는 요즘이 가장 핫한 계절이 아닌가 싶다.
구름은 뭉게구름.
그 하얀 계절의 이야기를 나는 다 품을 수 없다.
내 가슴은 하늘의 가슴보다 작기에.
하지만 나는 그것을 볼 수 있는 시절을 타고났기에 가장 기쁜 마음을 한껏 열어 보인다.
구름의 언어는 매일 다르지만 흘러가는 대로 그날을 솔직하게 안아간다.
흘러가는 시절을 닮아 나도 구름의 포용을 닮아가리. 온 세상의 빛을 모두 품어 하얗게 덮을 만큼 모든 감정을 포용하긴 힘들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사랑이라는 긍정의 마음을 차곡차곡 새기리라. 구름을 따라 펼쳐진 하늘 아래 지상의 모든 것을 만나가는 자체가 이미 나에겐 행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