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로 이룬 상호의존성의 힘
스티븐 코비/김경섭 옮김, 김영사
3부 대인관계의 승리
<상호의존의 패러다임>
황홀한 계절이다. 여름이 푸름이라면 가을은 깊이 녹아드는 황홀의 계절이다. 11월이 오니 더욱 그렇다. 발걸음만 옮기면 눈앞에 울긋불긋 수놓은 자연물이 빛깔들이 연일 감탄을 자아낸다. 은행길은 노랗고 단풍길은 붉다. 단풍 진 나뭇잎들의 빛깔을 따라 마주할 일들은 주옥같은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그 시간이 바로 선물이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신뢰를 매년, 계절마다 나는 공짜로 받고 있다. 이 계절의 시절을 느끼기에는 지금 이대로가 최상이다. 훗날 나이가 더 들어가면 귀한 마음이 아쉬움으로 변할까? 아니면 여전히 귀한 마음 그대로를 받아들일까? 가을을 따라 승리를 읽는다. 승리는 나만이 하는 행위가 아니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자체가 승리다. 그리하여 이 계절의 ‘황홀’을 만나갈 수 있으니.
신뢰 없는 우정은 있을 수 없고,
언행일치 없는 신뢰란 있을 수 없다.
- 새뮤얼 존슨 p.301
효과적인 상호의존성은 오직 진정한 독립성의 기반 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개인의 승리가 대인관계의 승리에 선행한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먼저 계발해야 대인관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 p.302
뿌리가 없으면 열매를 거둘 수 없는 법이다. ‘개인의 승리’가 ‘대인관계의 승리’에 선행하는 이유이다. 자기 수양, 자기 절제야말로 다른 사람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기초가 된다. p.303
‘승리’라 함은 누군가를 이기는 행위다. 또 감정을 넘어서서 절제를 하고 어떤 과정을 이겨 넘기는 것 또한 승리다. 타인뿐 아니라 자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도 우리는 ‘승리’라 부른다. 정신적인 승리를 거머쥔 순간 감정은 폭발한다. 기분 좋은 엔도르핀이 온몸 곳곳을 누비고 가슴 안에 흐르는 자부심은 더욱 커진다.
어려움 앞에 용기와 솔선을 마주한 일들은 결국 과정을 넘어선 순간, 최고의 아름다움은 두고두고 남겨진다. 타인 앞에 큰 소리를 내고, 주장만 강요해서 얻어진 승리는 진정한 승리가 아니다. 타인을 탓하고 윽박지르기 전에 나부터 선행이 되어야 할 것들이 있음을 깨닫는다.
누구보다 내가 나한테 부끄럽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나로부터 단단해져야 타인에게도 그리할 수 있다. 부드러운 강인함은 썩은 뿌리에서는 절대 자라지 않는다. 바람을 마주하여 흔들리되 뿌리가 단단하면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내가 올바로 서야 타인에게도 올바름을 나눌 수 있고 그 안에 여유와 평정은 깊이가 다를 것임을 인정한다.
진정한 자기 존중은 스스로에 대한 지배와 독립성으로부터 나온다.
독립이란 하나의 성취다. 상호의존성은 독립적인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다. p.303
인간관계를 형성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을 말하느냐, 어떻게 행동하느냐보다 우리의 사람됨이다. p.304
사람됨은 시대를 막론하고 필요한 일이다. 특히 관계 안에 이루어지는 일들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대에까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어려운 과제외도 같다. 내 생각과 네 생각은 같기도 하지만 결코 같지 않다. 틀림이 아닌 다름이다. 다양한 일들 안에 얽히고설킨 갈등은 어렵고 힘든 고비를 낳는다.
내가 무심코 말하고 당연하게 했던 행동이 타인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냐의 이전에 나의 마음가짐이 어떤지, 사람 됨됨이가 어떤지 먼저 헤아리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다. 사람됨은 바로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라 여겨진다.
작은 일에도 사소한 일에도 당연함이 아닌 감사를 넣은 순간 마음가짐은 달라진다. 그것은 나와 타인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진심으로 전하는 감사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감사의 언행은 습관이 되고 날마다의 순간들은 더더욱 소중해진다.
대인관계에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기법이나 기술은
독립적인 성품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어야 한다. p.304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하는 출발점은
자신의 내면이고, 자신의 영향력의 원이 내부이며 우리 자신의 내적 성품이다. p. 304
만약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 공손하고 친절하며, 정직하고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는 감정을 저축하는 셈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불친절하고 무례하고, 말을 막고, 과민반응하고, 무시하고, 독단적이며, 신용이 없고, 위협하고, 나아가 실력 없이 뽐낸다면 우리의 감정은행 계좌는 바닥나거나 적자가 된다. p.306
은행에 돈을 저금하는 일뿐 아니라 감정을 소비하고 저축하는 일도 예금이다. 나의 사람됨으로 어떤 마음을 예금하고 있는지 안다면 함부로, 제멋대로 삶을 대하지 않을 것이다. 막말은 거부를 만든다. 신뢰는 깨지고 관계는 금이 간다. 누구도 나를 믿지 않게 되고 결국 나도 나를 믿을 수 없게 된다.
나의 통장에 어떤 마음을 저금해야 할까? 나로부터 나오는 이야기가 나의 심성이 되고 그렇게 쌓인 신뢰는 자연스러운 믿음이 된다면 그것은 내 삶의 굵직한 발판이 되리라 믿는다. 나의 성품을 바닥부터 깨끗하게, 자신 있게 이끌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하는 것. 그것은 쉬은 일은 아니지만 아주 작은 것에도, 누가 보지 않아도 정성을 다하는 일이 그 첫걸음이라 여겨진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애써 생색내지 않아도 진정의 마음이 결실을 맺을 날은 기어코 찾아오리라.
인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적 성품이 주도적이어야 하고 자신이 가진 영향력의 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꽃나무에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하며 ‘뿌리가 잘 자라고 있나 보기 위해 꽃나무를 뽑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p.309
여섯 가지 주요 예입 수단
1.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
2. 사소한 일에 대한 관심
3. 약속의 이행
4. 기재의 명확화
5. 언행일치
6. 진지한 사과
대중을 구원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문제가 있는 한 사람에게 전념하는 것이
보다 고귀한 일이다.
-Hammarskjold-
p.325
내가 가족 또는 주변의 문제가 있는 ‘한 사람’과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외부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봉사하는 것보다 더 고귀한 성품인 겸손, 용기, 의지가 필요하다, p.326
기업, 가정, 결혼생활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데 필요한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능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기술적인 관리 테크닉도 인간관계를 발전시키는데 꼭 필요한 고상한 개인적 성품을 대신할 수는 없다. 사랑과 인생의 기본 법칙에 입각해 사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개인 대 개인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p.327
신뢰를 배워간 오늘을 기억한다. 훗날 나의 글에서 내가 느낀 생각을 나누는 일들이 새롭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배우고 익혀가는 날들이기에 가능하다.
삶은 반복적인 일들의 무수함으로 엮어진 실타래다. 엉키고 꼬인 일들을 다시 풀어 나가는 과정이다. 빗어서 넘긴 머리카락처럼 빛이 나려면 하얀 실타래에 매일 배우고 반복해 가는 손아귀에 정성 어린 마음이 흘러야 하지 않을까? 곱게 매만진 일들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날마다의 반복과 날마다의 다짐과 용기, 감사로 인내한 일들이 나를 세운다. 그렇게 황홀한 가을빛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