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실패 한 알을 삼켜요
너울거리는 햇살 따라
바람이 머리채를 경쾌하게 흔드는 날
창 너머 앉아 커피 한 모금 입에 물고
익숙한 듯 재빨리 털어 넣어요
잘하지 못해도 꾸준하면 된다지만
살리에르가 욕망만 있는 이인자인가요
모차르트가 꾸준하기만 맹꽁인가요
내게 없는 재능을 탓하면
핑계만 대는 게으름뱅인가요
오 분짜리 심리학자 말에
쌓아 놓은 관계를 정리하다 보니
집안 물건 버리듯
셋 보다는 둘
둘 보다는 하나
혼자되는 것이 세련된 현대인이라고
의심도 하지 않네요
나는 이제 귀 기울이는 법을 잊어가고 있어요
무엇보다 큰 귀를 갖고 싶었지만
돌아 앉아 혼자된 당신을 보며
자꾸만 작아지고 있어요
그래도 실패할 거예요
그까지 껏
다음번 멈출 수 없는 시도 앞에
혹시 당신이 있을지 모르지요
그때는 부디 용기 내 주세요
그때는 부디 용기 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