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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r philosophy Jan 09. 2022

January's Book 1_기획자의 독서

 2022년 첫 책은 서점의 가판을 둘러보다 채 3분도 안되어 제 손에 들려 있었습니다.


"기획자의 독서"

8년간 전략기획, 사업기획, 콘텐츠기획 등 기획이라는 세계에서 좌충우돌하며, 일에 진지해진 어느 순간부터 부지런히 읽기 시작한 책. 이런 저에게 두 가지가 결합된 주제가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책은 '생존 수영을 아시나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수영을 썩 잘하지 못하는 저에게, 배워서 하는 수영이 아닌 물에서 뛰놀며 자연스럽게 터득한 감각으로서의 수영을 하는 사람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어요. 그 시작은 '생존'이라는 절박함에 있을지언정, 어느새 내 것이 된 '감각'이라는 결과가 부러웠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기획자로서 일을 잘하기 위해,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고 싶어서 일명 '생존 독서'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말을 보고   있었어요. 생존을 위해 시작했다는 겸손함의 끝에는 '독서를 통해 터득한 일과 삶에 대한 감각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겠구나' 하는 점을요.


기획과 책은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기획'이란 건 무엇일까요? 한 문장으로 멋지게 표현할 재주는 없지만, 머릿속에 떠 오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구상'. '이루려는 일에 대하여 그 일의 내용이나 규모, 실현 방법 따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이리저리 생각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추상'의 반대 개념, 또는 '구조화', '설계'와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네요.


책은 구상이라는 개념을 실체화한 가장 멋진 산물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주제와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소구 시키기 위해 내용과 구조를 계획하고 순서와 배치, 표현 방법을 설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책을 보면 잘 만들어진 브랜드이나 상품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목차를 보면 이 기획의 골자를 이해할 수 있고, 프롤로그를 통해 기획의 목적과 취지를 알 수 있습니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내러티브를 통해 기획자가 의도한 경험의 설계가 느껴집니다.


제가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점인  같습니다. 하는 일이 책을 기획하는 일과 다르지 않아, 책을 통해 힌트를 얻습니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좋은 기획자의 산출물을 경험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이 책의 이 문장만큼은


습관은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좋은 습관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습관은 바꾸거나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꾸준히 회복해가는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습관을 되찾으려면, 결국 과거의 어느 순간에 간절히, 열심히 살았던 경험을 꺼내어 다시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며 지금의 나에게 새로 적응시키는 방법밖에는 없더라고요. (p.45)


일에도 '마중물'이 필요합니다.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물을 주입해야 합니다. 이것을 '마중물'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일을 할 때 이 '마중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머릿속의 쓸모없는 것들을 걷어내고 새로운 생각이 잘 흐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죠. 제 마중물은 텍스트입니다. 메마른 머릿속에 글을 한 바가지 부어 넣으면 꽤 커다란 동력을 가져다주거든요. (p.51)


"너 지금 동전 다 주워온 거 맞아?"

기획의 내용이 부실할 때면 여지없이 들려오는 말, 바로 '딥 다이브 Deep Dive(철저한 분석)'죠. 무엇인가를 기획하는 일은 물속 깊은 곳에 들어가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줍는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p.56)


기획의 과정이 입체적이기 때문에

'나는 왜 브랜딩이 좋고, 경험을 기획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것인 것 같아요. '기획의 과정이 입체적이기 때문에.' 브랜드와 사람이 가장 닮은 점은 '입체감'입니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겁니다. 반대로 아주 작고 사소한 부분에서 실망하면 그 사람이 싫어지기도 합니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이 마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과정과도 닮아서, 저는 브랜딩이 참 좋습니다. (p.74)


한 방보다는, 1루를 밟는 것부터

처음부터 이기려는 마음으로 경기를 구상하면 십중팔구 계획이 틀어진다. 그보다 어떻게 하면 매 타자가 1루까지 살아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 그다음이 보이는 법이다. (p.116)


선택한 후 옳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광고인 박웅현 대표님은 "옳은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무엇인가를 선택한 후 옳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죠. (p.134)


선명하게, 쫀쫀하게 상상하라

저는 기획 일이나 창의적인 업무를 하는 후배들을 만나면 꼭 '선명하게 상상하는 훈련'을 하라고 주문합니다. 또렷하고 구체적으로 쫀쫀하게 상상하는 훈련 말이죠. (p.167)


책의 생명력

세상 어느 곳을 가든지 강에는 늘 사람들이 모여드는 법이죠. 바로 생명력 때문이에요. 책도 마찬가지예요. 인간이 책을 찾는 이유는 물을 찾는 이유와 같거든요 (p.198)


나는 정오표를 발행하고 있을까?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정오표를 발행했는가?' 끊임없이 잘못된 것을 찾고 이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는지 아니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으니 그냥 다시 시작하자는 '리셋 증후군'이 돋은 건지 말이에요. (p.214)


기획자는 구조를 수집하는 사람

작가가 말을 수집하는 사람이라면 기획자는 구조를 수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그럼 이건 oo 님이 한번 디벨롭해주세요." 혹시 회의 때 이런 말씀 많이 듣지 않나요? 저는 이 말이 '구조를 만들어보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를 실행 가능한 수준에 올리려면 구조적인 기획이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p.249)


나라는 이야기의 편집자

자기소개서를 쓰라고 하면 늘 어렵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기소개서만큼 에디팅을 잘해야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관점), 그 속에서 어떤 능력과 장점을 끄집어낼 것인지(주목), 마지막으로 내 경험과 이야기들을 어떻게 엮어 배치할 것인지(구성)에 대한 거니까요. (p.264)


내가 기획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획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게 중심'이 필요합니다. 내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고 어떻게 일을 풀어가는 사람인지에 대한 스타일 정도는 정립되어 있어야 하는 거죠. '아, 이건 그 사람이 정말 잘할 것 같은데'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대체 불가능까지는 아니어도 나에게 맞는 일을 끌어오는 자성 정도는 띄고 있는 게 유리한 거죠. 그게 쌓이다 보면 이 바닥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어느 정도 생긴다고 봅니다. (p.284)


더 좋은 사람이 된 기분

기획을 제대로 한 기획자라면 그 결과물 앞에만 있어도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p.286)


매일 책을 쓴다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

글을 쓸 때는 내가 원하는 동선과 경험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더불어 매일매일 조금씩 책을 쓴다는 마음으로 살면 일상이 더 풍요로워질 것 같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글감을 줍고 생각을 나열하고 이를 다시 글로 풀고 또 하나로 묶는 작업은 하루하루를 조금 더 또렷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더라고요. 말이 글로만 바뀌어도 그 무게감이 느껴지는 법인데 글이 다시 책으로 엮이니 스스로에 대한 작은 선언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p.320,328)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을까요?

- 일을 잘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 다른 기획자는 어떻게 사고하고 일의 감각을 키우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나만의 관점을 담아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 잘 짜인, 동시에 잘 읽히는 좋은 기획서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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