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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Nov 01. 2023

최고의 마무리. Go Angels!

4년 만에 찾아온 리그 우승

#1. 2020년 늦가을에 열린 리그 결승전. 우승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었다. 마지막 이닝에서 3점을 앞서고 있었으니 여유 있게 아웃카운트 세 개만 잡으면 끝. 하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 했던가? 선두 타자의 바가지 안타가 나오자 마무리 투수는 급격히 흔들렸고, 결국 그 이닝에서 역전당한 우리는 상대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봐야 했다.


#2. 정규시즌에서는 늘 강했다. 최소 6할, 잘할 때는 7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해서 거의 1,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니까. 높은 출석률에서 나오는 질 좋은 라인업, 매주 연습으로 다져진 타격과 수비, 안정된 투수 로테이션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팀은 어지간해서는 지지 않기 마련이다. 하지만 꼭 플레이오프만 들어가면 변수가 생겼다. 2021년에는 플레이오프 바로 직전 '선수 출신'을 두 명까지 포함 가능하다는 규정이 신설된 탓에 선수 출신 투수 현역 고등학교 투수를 7이닝 내내 상대해야 했고, 2022년 플레이오프에서는 끝내기 찬스에서 심판의 볼카운트 착각으로 인한 삼진 콜로 이닝이 종료되고 결국 연장전에서 석패하고 말았다. 이러다 보니 '열심히 연습하고 정규시즌 많이 이기면 뭐 하나? 플레이오프에서 뒤집히면 땡인데'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3. 2023 시즌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2019년 결승에서 우리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던 라이벌 Hunters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많은 에러 끝에 큰 점수차로 패배한 것이다. 게다가 시즌 중반에는 급작스레 두 명의 팀 창단 멤버들이 타 주로 이사 가며 앞으로 팀 유지가 가능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잠수함 투수 닥터 리의 영입, 기존 팀원들의 기량 향상, 지속적인 연습 등이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패배 이후 10연승을 질주하였고, 10승 1패라는 믿을 수 없는 기록으로 정규 시즌을 끝마쳤다.


질래야 질 것 같지 않았던 정규 시즌. 하지만 준결승은 다른 이야기였다. 언제나 2이닝을 든든하게 막아주었던 선발투수 Brandon의 공은 여전히 좋았지만 상대 팀 타자들은 타이밍을 잘 맞춰서 연달아 안타를 쳐냈고, 첫 이닝에만 무려 7점을 내주자 우리 더그아웃은 충격과 당황으로 차갑게 얼어붙었다. 1회부터 상대 선발을 초전 박살 내며 리드를 가져온 뒤 승기를 굳혀가는 게 우리 팀의 경기 패턴이었기에 전례 없던 대량 실점에 더욱 당황했던 것 같기도 하다. 득점 지원에 힘이 난 상대 선발은 2-3이닝을 굉장히 잘 막아냈고 상대 팀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아마추어 투수가 7이닝을 홀로 감당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이고, 경기 중후반 들어 힘이 떨어진 상대 투수는 한점 두 점 점수를 내주며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만약 1-2명의 좋은 구원 투수가 상대 팀에 있었다면? 야구엔 만약이 없다지만 이런 식의 역전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4 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대망의 2023년 결승. 상대는 개막전 패배를 안겨준 Hunters였다. 비록 두 번째 경기에서 끝내기로 이긴 좋은 기억이 있긴 하지만, 이 팀과의 경기는 언제나 타이트했기에 감독님을 포함한 팀원 모두 기합이 바짝 들어간 상태였다. 반면 5년 연속 결승전에 진출한 관록이 있는 상대는 그야말로 여유만만. 경기 전 분위기만 보면 누가 리그 우승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선발 투수가 1.2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막자 감독은 바로 아껴왔던 비밀병기 닥터 리를 마운드에 올렸다. 비록 속구 구속은 80-90km 정도로 빠르지는 않지만 언더핸드 특유의 무브먼트와 지저분한 볼끝에 상대팀 타자들은 7회까지 도통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간혹 나오는 강한 타구들마저 내 외야를 가리지 않는 호수비에 막히곤 했다. 출루 자체가 되지 않으니 특유의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칠 기회조차 없었고. 반면 우리 팀의 타자들은 상대 투수들을 차근차근 공략해 나가며 점수를 쌓아갔기에 별다른 위기 없이 16대 8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The Winning Moment


어둑어둑한 하늘을 가르고 날아오는 타구를 간신히 건져내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마운드에서 다 같이 끌어안고 방방 뛰던 순간, 그리고 5년 내내 힘든 티 한번 안 내고 팀 운영에 고생하던 감독님에게 물세례를 퍼붓고 헹가래를 치던 순간은 아마 평생 잊기 어려울 터이다.


우승 축하드립니다 감독님, Go 99!



우승 트로피에는 연도별 우승팀의 이름이 순서대로 새겨지며 (2023 Winner ANGELS!), 전년 우승팀은 다음 해 플레이오프가 시작되면 이를 반환해야 한다. 내년에도 다같이 열심히 노력해서 트로피를 다시 찾아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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