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저녁을 먹고 와이프와 안방에서 얘기를 나누던 중 무심결에 손으로 팔뚝을 쓸어내렸는데, 하필 재수 없게 손톱이 거의 다 나아가던 딱지에 걸려버린 것이다.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딱지가 반쯤 떨어져 나갔고, 금방 멎을 줄 알았던 피는 계속 방울져서 흘러내렸다.
'별일이 다 있네' 싶어 투덜대며 반창고를 붙였지만, 피를 무서워하는 태민이는 이미 눈을 가리면서 방 반대편 침대 구석에 숨어버렸다. 질겁을 하면서 '아빠 피 나', '연고'를 반복하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반창고도 큰 걸로 바꿔 붙이고, 와이프와 함께 연고를 상처 위에 바르는 퍼포먼스까지 보여준다. 아이는 그제야 손을 조금씩 치워 가며 내 팔뚝을 곁눈질로 보려 했지만 결국 자기 방으로 도망가 버렸다.
자기 침대에 누워 있는 아이에게 "태민아! 아빠 하나도 안 아파. 반창고 붙여서 이제 괜찮아"라고 말을 건네니 좀 안심한 듯하더니, 갑자기 내 손을 꼭 잡고 안방으로 향한다. 그리고선 안방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와이프에게 하는 말.
내 평생 딱지에 고마울 날이 올 줄이야. 아이의 언어 수준이 어느새 더 발전했다는 놀라움과 아이의 따뜻한 사랑에 그저 감사해지는 이 순간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