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 Kim Nov 22. 2023

장애인 가족을 위한 세미나에 갔다

지난 목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동네의 커뮤니티 센터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했다. 제목은 

'Legal and Financial Planning Workshop for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and Their Families (장애인 및 가족을 위한 법/재정 계획 워크숍)'. 미국에는 연방/주/지자체 별로 다양한 복지 및 지원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준비해 나가기는 쉽지 않으며, 이에 변호사, 회계사, 컨설턴트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가족들이 많다. 이번 워크숍도 두 개의 컨설팅 회사가 고객 확보를 위해 개최한 것인데, 최근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나에게는 이런 기회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나름 큰 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그야말로 초보자의 오만이었다. 컨설턴트들은 정말 다양한 주제를 - 유언장 (Will), 위임장 (Powers of Attorney), 장애 신탁 (Special Needs Trusts), 후견인 제도 (Guardianships), 의향서 (Letters of Intent), 의료보험 (Medicare and Medicaid), 장애 자녀 비과세 계좌 (ABLE Accounts, 관련 글)  등 - 소개하고 주의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중요한 내용들에 대해 메모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우리 가족의 경우 아직 태민이가 미성년이라 IEP (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 장애 아동의 학교 교육을 위한 맞춤 계획서), 각종 테라피 등에 대해서만 고려하고 있었는데, 이 워크숍은 오히려 '아이가 성년이 되는 18세 이후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미국의 경우 자녀가 성년이 된 경우 부모가 자녀 대신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고 부모의 의료보험 혜택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기에 후견인이 되는 등 미리 법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몇 번 들어도 머리로만 이해되지 쉽게 가슴으로 와닿지 않는다. 만 10살이 되었어도 하는 행동은 완전히 어린아이인 태민이가 몇 년 내로 성인으로 인정된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아무튼, 머리가 허옇게 센 부모님들이 자녀의 직업 및 결혼, 재산 상속 계획 등에 대해 열정적으로 컨설턴트들에게 질문하는 모습을 보며 다 키웠으니 부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저게 아마도 내 미래의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한 미소가 올라오기도 했다. 그래. 저들이나 나나 마찬가지다. 본인과 배우자가 건강하고 재정적으로 안정적일 때야 자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줄 수 있지만 언젠가는 은퇴하여 소득이 줄어들 것이고, 건강이 악화되어 아이들을 직접 돌보지 못하게 되며, 궁극적으로 그들을 세상에 남기고 떠나야 한다. 이때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가 거친 세상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재정적 장치를 능력껏 마련해 주는 게 우리의 역할일 것이다.


이 날의 워크숍은 손에 꼽을 만큼 가치 있는 시간 투자였다. 시간당 400 달러의 컨설팅 비용을 내고 전문가를 고용하는 건 근 시일 내론 쉽지 않겠지만, 태민이를 위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가 이어준 두브레인과의 인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