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동네의 커뮤니티 센터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했다. 제목은
'Legal and Financial Planning Workshop for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and Their Families (장애인 및 가족을 위한 법/재정 계획 워크숍)'. 미국에는 연방/주/지자체 별로 다양한 복지 및 지원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준비해 나가기는 쉽지 않으며, 이에 변호사, 회계사, 컨설턴트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가족들이 많다. 이번 워크숍도 두 개의 컨설팅 회사가 고객 확보를 위해 개최한 것인데, 최근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나에게는 이런 기회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나름 큰 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그야말로 초보자의 오만이었다. 컨설턴트들은 정말 다양한 주제를 - 유언장 (Will), 위임장 (Powers of Attorney), 장애 신탁 (Special Needs Trusts), 후견인 제도 (Guardianships), 의향서 (Letters of Intent), 의료보험 (Medicare and Medicaid), 장애 자녀 비과세 계좌 (ABLE Accounts, 관련 글) 등 - 소개하고 주의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중요한 내용들에 대해 메모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우리 가족의 경우 아직 태민이가 미성년이라 IEP (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 장애 아동의 학교 교육을 위한 맞춤 계획서), 각종 테라피 등에 대해서만 고려하고 있었는데, 이 워크숍은 오히려 '아이가 성년이 되는 18세 이후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미국의 경우 자녀가 성년이 된 경우 부모가 자녀 대신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고 부모의 의료보험 혜택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기에 후견인이 되는 등 미리 법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몇 번 들어도 머리로만 이해되지 쉽게 가슴으로 와닿지 않는다. 만 10살이 되었어도 하는 행동은 완전히 어린아이인 태민이가 몇 년 내로 성인으로 인정된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아무튼, 머리가 허옇게 센 부모님들이 자녀의 직업 및 결혼, 재산 상속 계획 등에 대해 열정적으로 컨설턴트들에게 질문하는 모습을 보며 다 키웠으니 부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저게 아마도 내 미래의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한 미소가 올라오기도 했다. 그래. 저들이나 나나 마찬가지다. 본인과 배우자가 건강하고 재정적으로 안정적일 때야 자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줄 수 있지만 언젠가는 은퇴하여 소득이 줄어들 것이고, 건강이 악화되어 아이들을 직접 돌보지 못하게 되며, 궁극적으로 그들을 세상에 남기고 떠나야 한다. 이때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가 거친 세상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재정적 장치를 능력껏 마련해 주는 게 우리의 역할일 것이다.
이 날의 워크숍은 손에 꼽을 만큼 가치 있는 시간 투자였다. 시간당 400 달러의 컨설팅 비용을 내고 전문가를 고용하는 건 근 시일 내론 쉽지 않겠지만, 태민이를 위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