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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Jan 22. 2024

이제 좀 컸다 이거지?

어릴 때부터 아들 태민이가 학교 선생님이나 테라피스트로부터 자주 듣던 말은 "아이 성격이 참 좋네요"였다. 많은 자폐 아동들이 공격적 태도를 보이거나 자해를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늘 웃고 성격도 밝은 태민이는 그들 입장에선 정말 쉬운 고객이었으리라. 물론 아이는 아이인지라 공부나 운동 등 싫은 걸 시키면 도망가거나 꽥 소리를 지를 때가 종종 있지만 이 정도는 업계 (?)에선 문제 행동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작년과 올해 들어 아이의 언어나 반응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이전엔 대답하지 못하던 질문에 조금씩 답을 하고, 방귀를 뿡 뀌었을 때 냄새난다고 손을 코 앞에서 휘저으면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가 생각하는걸 나름대로 설명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더 재밌는 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던 '성격 좋던' 아이에게서 이제 좀 컸다고 슬슬 반항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다. 


#1. 틈만 나면 유튜브를 찾아서 세탁기나 청소차 동영상을 돌려 보는 태민이. 또 허락 없이 유튜브를 숨어서 보고 있길래 "야, 봐도 되니까 식탁에 내려가서 똑바로 앉아서 봐"라고 하니 뭐가 심술이 났는지 꽥꽥 소리를 지르며 아래로 내려간다. 아니, 보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왜? 


나:  "아들, 그럴 때는 Yes, Daddy라고 하는 거예요."

태민: "No Daddy!"



#2. 2층 침대를 사달래서 자기 방에 놓아 줬지만 태민이는 안방 큰 침대에서 자는 걸 제일 좋아한다. 그래서 한 주의 반 정도는 안방에서, 나머지 반은 자기 방에서 자는 식으로 룰을 정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민이는 늘 호시탐탐 안방에서 잘 기회를 노리다가 엄마에게 끌려나가곤 한다. 


여느 때처럼 안방에서 자고 싶다주장하는 태민이와 와이프 간의 일화

와이프: I think your room is so amazing" (내 생각엔 네 방이 정말 좋은데?)

태민: (안방을 손으로 가리키며) "This room is amazing" (난 안방이 좋아요)



키도 덩치도 또래보다 작아서 사춘기 반항은 몇 년 뒤에야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면 아이의 인지와 언어 능력이 발전하면서 자기 주관이 생긴 걸까? 원인이야 어찌 됐건 자기 주관과 주장이 생기는 건 기쁜 일이다. 반응이든 반항이든 좋으니 올해는 아이의 더 다양한 자기표현을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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