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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가 악의로 부서질 때

by Sol Kim

서로를 아는 연결고리를 믿고,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편의를 베푼 거래 상대에게서 "이게 맞냐, 규정을 아시냐"는 반 협박에 가까운 말을 들었다. 그것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나에게서 얻어내기 위해 각종 과장된 문제점을 나열한 뒤에 말이다.


속이 쓰라리며 다리에 힘이 풀리기까지 하더라. 친구의 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기꺼이 내어준 것들이 무시되고 "네 사정이야 어떻든 내가 원하는 대로 하자"는 태도로 과장과 협박을 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아야 할 때의 분노, 좌절, 그리고 후회. 차라리 제삼자로 남을 것을. 아니 그냥 엮이지 말 것을...


“내가 잘못 살았던 걸까?”

“내가 너무 편안한 경험만 했던 걸까?”

"남들은 다들 이렇게 사는데 나만 속없이 사는 건가?"

40년간의 삶, 경험, 그리고 가치관이 한순간에 스스로를 비웃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선의를 알아보기에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상호 이득이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많은 경우 내가 먼저 호의를 베풀고 선의로 대했을 때 상대도 고마워하고 양보했으며, 심지어 어떤 때는 내가 기대도 할 수 없었던 보답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내 믿음과 태도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돈이나 손해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다. 내가 건넨 선의가 악의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마음을 가장 깊이 상하게 한다


앞으로 사람을 더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더 독해져야 하는 걸까,

조금 더 모질어져야만 덜 다칠 수 있는 걸까.


선의를 베풀고 공평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시도가 결국 이기적인 악의에 무력하게 파훼되었다는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남아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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