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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호 Sep 01. 2021

이메일에 호수와 비가 있는 여자

비 오는  날

17살, 처음 메일 주소를 만들 때  

연애하던 오빠가 보내준 메일에 비 내리는 호수가 있어서

그게 좋아졌다


호수 그리고 비

우울과 서정의 끝인 이 조합은

이후 20년이 넘게 함께 해주었다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꼭 자궁 속  편안함이다


우산에 떨어지는 것은

혼자만의 세상에  똑똑똑, 인사해주는  친절함이다


비를 맞고 있는

나무처럼 아름다운 게 없다

생명력 가득한 그 싱그러움


물에 떨어지는 또 다른 물방울은

겸손함이다

내가 너였고 가 나였다는

연대감이다


그래서 물이, 비가 좋다


그처럼 살고 싶다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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