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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Nov 30. 2021

따분해서 몽상에 빠져버린 고2의 아침

새벽에 눈을 뜬 순간 느낀 모든 것을 기억하며


01

 회색 해가 떴다. 건너편 아파트에 가로막힌 햇빛이 느리게 방안을 가로질렀다. 혼자 사는 그녀는 오전 6시 30분에 홀로 잠에서 깨어났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에 반발하지 않기 위해서,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어야만 했다. 완전히 깨어 있는 정신과 달리 부족한 수면 때문에 눈꺼풀은 여전히 무거운 채였다. 그녀는 이렇게 아침마다 겪는 신체와 정신의 불협화음이 거슬렸다. 그 끔찍한 뒤틀림으로부터 언제든 자신의 하루가 무너져 내릴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성실한 생활만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 준다고 믿었다. 사소한 게으름은 죄악이고, 게으른 삶에 익숙해지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러한 죄악에 익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때 피어나는 막연한 두려움을 견딜 수 없어했다. 그것은 그녀가 바라는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삶에는 결코 복귀할 수 없다는, 그녀의 인생은 거기까지밖에 뻗쳐 나가지 못할 거라는 끔찍한 예감과도 같았다. 그녀가 가진 강박적인 욕망은 삶에 대한 성실한 태도를 갖춤으로써만 충족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바람직한 삶을 욕망해야만 한다는 것이 자신을 괴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그 욕망을 따른 것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녀는 모닝빵이 담긴 접시와 딸기잼, 꽃무늬 찻잔을 쟁반 위에 나란히 올려놓았다. 잔 가득 우유를 채운 후 아침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녀는 질적으로든 형태적으로든 이만한 아침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는 생각 따위를 했다.


  그녀는 홀로 식사를 할 때면 유튜브를 이용해 자기 계발 영상들을 시청하곤 했다. 특히 아침에는 삶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자 그녀가 가장 원하고 있는 것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곤 했는데, 최근에 그녀는 연애 채널을 자주 들락거렸다. 예쁜 여자가 되기 위한 기본 편과 심화 편, 멋진 남자를 꼬시는 방법 등 누군가는 허무맹랑하다고 말할지도 모르는 것들을 그녀는 낭만과 열정에 들떠 열심히 챙겨 보았다. 현재의 이 권태로운 평화에 종지부를 찍는 상상을 하며 마음이 설레는 것을 느꼈고, 그럴 때마다 그녀 자신이 얼마나 침묵과 무용(無用)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녀가 지금 앉아 있는 잿빛 세상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곤, 저 너머의 장소에서 풍겨오는 낯선 모험의 향기가 이쪽 세계에 조금이라도 옮겨져 오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이렇듯 아침은 몽상에 잠기기 좋은 시간이었다. 정돈되지 못한 온갖 가능성에 대한 추측과 예감은 새벽의 가라앉은 공기처럼 은은하게 그녀의 아침에 밀려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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