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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장꾸 Nov 15. 2021

일상 챙기기

사진 그리고 단상


어젯밤 초등학교 운동장을 달렸다. 3km를 채우는 게 목표였고 무려 25분이 걸렸다. 달리지 않은지 일 년이 넘었으니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다. 다행인 건 달릴 때 느껴지는 몸의 변화가 여전히 좋다는 것. 달릴수록 몸은 뜨거워지고, 땀이 나고, 목구멍이 아플 정도로 숨이 차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몸의 상태. 살아 움직이는 내 몸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나는 달리기가 좋았다.


달리기 덕분인지 일찍 잠들었고 오늘은 평소보다 3시간이나 일찍 일어났다. 눈을 뜨고 핸드폰을 들어 10분짜리 명상을 틀었다. 영상 속 목소리의 지시에 따라 목과 척추를 풀어주고 심호흡을 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내 속도에 맞게 호흡하라는 말을 따라 천천히 숨을 쉬다가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나는 평소 생각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집중해서 머리를 굴리지 않으면 생각들은 금방 흩어지고 쉽게 휘발된다. 명상을 하면 자연스레 생각이 한 데 모이며 정리가 되고, 그걸 토대로 내 생각을 기록하고, 기록하면 오래 기억할 수 있어 명상을 좋아했다. 명상하며 내게 집중하는 그 순간을 좋아했다.


어째서 나는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소홀하게 생각했을까준비하던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부터 일상을 놓았던 것 같다. ‘나는 지금 뭔가를 하고 있어’,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내 마음이 아닌, 내가 하는 행동 자체에만 초점을 뒀다. ‘지금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은 그 ‘뭔가’를 제외한 일상들을 나태하고 안일하게 했다. 일과 내 일상을 챙기는 건 완전히 별개인데도 말이다.


달리기와 명상, 나를 챙기는 일상. 꾸준히 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지만,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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