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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장꾸 Feb 26. 2022

비건 지향인의 자각

초보 채식주의자의 비건 이야기

나는 비건이 아니다. 비건은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인데, 나는 그 단계까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생선을 먹기도 하고 정말 먹고 싶을 때는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가공식품을 먹기도 한다. 고를 때는 몰랐다가 구매하고 나서 동물성 '성분'이 들어가 있다는 걸 알 때도 있다. 그래서 나를 소개할 때 비건이 아닌 비건을 지향한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비건으로 살아가는 건 쉽지 않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는 비건을 '지향'한다고만 말해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고, 그럼 이것도 안 먹어요? 저것도 안 먹어요? 라거나 비건을 실제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람들이 태반이니. 그럴 때면 타협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대방이 불편할까 '어쩔 수 없으면 생선 정도는 먹어요.' 라거나 '근데 그 정도는 괜찮아요.'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와버린다. 내가 비건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크지만 (어찌 보면) 멀리에 있고, 상대방의 불편함은 작지만 아주 가까이에 있기 때문인 것 같다(핑계가 참 좋구나, 은혜야 ^_ㅠ).


그래도 새로 들어간 일터 사람들에게 내가 비건 지향이라고 말한 건 대견하다. 아직 멀었지만, 일단 입을 뗐으니 타협점을 하나씩 지워가며 비건이라는 정체성에 다가가야지. 언젠가 완전한 비건이 되었을 때, 어떤 길을 밟으며 비건이 되었는지 돌아볼 목적으로 채식일기 카테고리를 활성화 시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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