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두서없이 종알종알 미주알고주알 떠들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그게 가족이든 절친이든 연인이든, 그 누군가든.
알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누군가가 카톡으로 오랜만이라며(내 기준 상으론 오랜만은 아니었지만), 보고 싶다며,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는데도 여전히 아프다며 내게 미주알고주알 일상을 나열한다.
이 사람은 참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연락하는구나 하는 마음에 신기하기도 하고, 정신없는 시기를 보내며 허우적대고 있던 터라 솔직히 조금은 성가신 마음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신없으니 나중에 연락하자는 이야기는 또 절대 못 하지.
사람은 다 본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스타일에 따라 타인의 언행과 행동을 바라본다.
카톡을 길게 붙잡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계기가 있어 안부를 전해야 하는 일이나 특별한 용건이 없으면 그리 잘 연락하지 않는 내게 누군가로부터 별일 없이 이어지는 연락이 오고 있을 때면 때때로 의아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가까웠던가. 이 사람은 별일 없어도 넉살 좋게 연락해 현재 자신의 상황과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종알종알, 사사로이 내게 전하는구나.
누군가의 연락에 상대와 나 사이의 거리부터 측정하는 건조한(?) 나에 비해 살갑게 다가와 다다다- 일상을 전하는 그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고 보니 상대가 자질구레한 일상을 늘어놓는 사이 나는, 부디 영혼이 극히 일부밖에 남아있지 않음을 들키지 않길 바라며 그렇듯해 보이는 호응을 할 뿐 내 근황이나 일상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점점 더 확고한 울타리를 쳐놓고 그 외부에 대해선 여지없이 이런 방식을 취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다, 그렇게 그에게서 온 카톡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뭐 얼마나 특별히 다른 인간인가를 생각해 본다. 나 역시도 아무렇게나 미주알고주알 떠들 사람이 있다.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는지 미리 따져볼 필요도 없이 종알종알. 그리고 필요하다, 꼭. 그저 대상이 다를 뿐이다. 내게는 그 사람들이 가족일 뿐. 때로는 소수의 친구들일뿐. 고로 울타리 안의 사람들.
가능한 범위가 다를 뿐 누구나에게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종알종알 늘어놔도, 조금쯤 앞뒤 없고 의식의 흐름대로 주절거려도. 내가 하는 말을 곡해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여주며, 의도를 오해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나오는 대로 말해도 그저 즐겁고 그저 속 편한 대화가 이뤄지는 관계.
한해 한해 지날수록 그런 관계가 줄어듦에 서글플 때도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나와 함께해 준 의식의 흐름 대화 참가자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앞으로도 주절거리는 나를, 종알대는 너를 온전히 수용하기를. 그런 사이가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더불어 서두에 언급한, 거리 재기보다는 마음에 충실하고 살가운, 나보다는 조금 뽀송한 그들을 반길 수 있는 말랑말랑한 나도 가끔은 되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