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 당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취업 시장에 늦게 발을 들인 대가는 가혹하다. 이전 세계와는 또 다른 치열한 경쟁의 파도에 던져진 미취업자는 뒤늦은 성장통 중이다. 아니, 성장통이라 믿고 싶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구직시장에 뛰어들기 전에는 안정적이었는가.
뭐 그렇지도 않다. 그곳은 넓고 성긴 바운더리가 존재하는 또 다른 경쟁의 장이었을 뿐.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처절함이 존재하는 곳이자 한순간에 뭉텅이로 시간을 날릴 가능성이 농후한 그런 곳.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게 서류접수와 면접의 파도 속에서 뚜벅이 신세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대중교통에 지친 얼굴로 몸을 실은 귀갓길, 그래서 어떤 결과를 얻었나. 아무것도 없다.
그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 얼마나 무력한 말들인가. 경력 항목에 나를 증명할 몇 줄이 없어 노력이라는 말을 입에 올린다. 뱉은 말이 공중에 흩어지며 세상 무엇보다 무력해질 때, 회의감은 불어닥친다.
노력하겠다는 어필보다 이력 한 줄이 강력한 힘을 가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진 거라곤 노력하겠다는 말과 성실하겠다는 다짐뿐인데. 꾸역꾸역 노력을 입에 올리며 어떻게든 발버둥을 쳐야 하는 걸까, 아니면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스러질 이 단어를 삼켜야 하는 것일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이 오기만을 진득하게 기다리던 섬 신세가 지겹고 버거워 때려치우니 목적을 잃고 표류하는 뗏목이 되었다. 아무도 거두지 않는 낡아빠진 뗏목. 기능 많은 배와 새 뗏목이 널렸는데 누가 낡은 뗏목을 거두겠는가. 어디 처박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그런 뗏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