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리 Apr 22. 2024

내가 가진게 참 많았구나

한국에 있었을 때는 너무 당연해서 그 고마움을 모르고 살았다.


1. 한국은 매일 햇볕을 볼 수 있다.

매일 흐리고 비가 흩뿌리는 우중충한 프랑스 날씨. 6개월째 패딩을 입고 다닌다. 스카프를 멋으로 두르는게 아니었다. 추워서 살려고 두르고 다니는 거다. 병원도 없는데 아프면 지만 고생이다. 운좋게 잠시 햇볕나면 다들 카페 테라스든 강둑이든 앉아서 반가운 해를 쬔다.


2. 친절한 한국사람들

한국사람들은 배려, 친절함이 기본값이고 프랑스사람들은 무관심과 불친절, 조롱이 기본값이다. 간혹 웃고 친절한 사람들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 프랑스 오면 각자도생이 무엇인지 처절하게 깨닫는다. 프랑스 오고 가장 그리운 것이 한국사람들의 오지랍이다.


3. 공짜로 누리는 깨끗한 화장실

한국은 지하철, 기차역, 어디든 사람 모이는 곳에는 화장실이 넉넉히 있다. 프랑스는 없다. 간혹 있어도 부서졌고 엄청 더럽고 수십명 수백명이 이용해야 하는데 덜렁 한개만 있다. 애들은 당연히 노상방뇨시키고 가끔은 중년 여자인 나도 노상방뇨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진짜 현타가 온다. 중국에 5년 살았지만 중국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4. 내 나라의 주류 민족으로 살 수 있다

한국에 사는 흑인이 지금 프랑스에 사는 내 심정과 비슷할 것이다.

너는 무슨 기구한 사연을 갖고 있어서 그 멀리서 여기까지 왔니? 너희 그 가난한 나라에서 부자 나라로 돈 벌러왔니?아니면 부자 나라 남자 잘 만나서 팔자 고치러 왔니? 아니면 네 친부모가 너를 버려서 부자 나라인 우리가 입양해준거니? 라는 프랑스 사람들 선입견에 일일이 대답해줘야 한다. 내가 아무말 안해도 이 사람들은 내 얼굴 자체 보자마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그 기구한 사연이 없다보니 문제가 된다. 프랑스 사람들은 그럼 왜 왔어? 라는 표정과 자신의 선입견에 부합하지 않는 내가 너무나 못마땅하고 불편하다.

그래도 한국사람들은 흑인이래도 호기심으로 볼지언정 흑인이라고 욕하거나 뭘 던진다거나 식당에서 불이익을 준다던가 하는 공개적으로 대놓고 나쁜짓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주변 사람이라도 말린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상상도 못한 희롱과 대놓고 불이익 받는 일이 수시로 일어나고 시크하게 남의 일에 신경쓰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의 실체를 모르는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