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의 난폭함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서, 성격 때문에 일을 그르친 인물들 특집 2편으로, 장비의 난폭함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연의에서, 장비는 유비, 관우와 함께 도원에서 의형제를 맺은 호걸로 등장하는데, 의롭고 호방한 성격도 있었지만, 아랫사람에게는 유독 모질고 난폭한 성격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감독관인 독우를 매질한 사건과 도겸의 옛 부하인 조표를 매질한 사건이다.
독우가 아무리 탐관오리였다 해도 중앙에서 파견한 감독관이었기에 그를 매질하는 것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고 볼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유비 삼형제는 정부 관계자들의 눈을 피해 은둔 생활을 해야만 했다.
또, 조표를 매질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조표가 아무리 여포의 장인이었다고 하더라도, 여포가 아무리 망나니 같은 족속이었다고 할지라도 조표를 매질해 여포를 자극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유비는 서주라는 근거지를 잃어버렸다.
이렇게 번번이 유비가 성장하거나 도약하는 시기에 장비의 모질고 난폭한 처사로 인해 성장이 좌절되기도 하고, 유비군을 지탱하던 중심축이 완전히 무너지기도 했다. 유비는 장비의 이런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항상 장비에게 아랫사람을 유하게 대하라고 충고하지만, 장비는 번번이 유비의 충고를 무시한다.
그런데 장비는 아랫사람들에게는 난폭하지만, 학식이 풍부한 선비들에게만은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예로, 방통을 들 수가 있는데, 방통이 유비의 수하로 들어와 뇌양현의 현령으로 부임해 업무를 보지 않아 백성들의 불만이 들끓자, 손건과 함께 뇌양현으로 가서 방통이 하루만에 모든 업무를 단숨에 처리하는 것을 보고, 그를 공경하기까지 한다. 그동안 장비의 괄괄하고 난폭한 성격에 비하면 180도 바뀐 모습이다.
그 뒤에도 장비가 의로운 선비를 공경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바로 엄안을 항복시킬 때였다. 유비가 익주에 들어가서 위기에 처해 형주로 지원군을 요청하자, 제갈량은 장비에게 일군을 맡겨 지원군을 보내는데, 장비가 진군했던 곳이 엄안이 지키던 파군이었다. 머리를 써서 파군을 점령한 장비는 포로인 엄안의 대쪽 같은 모습을 보고선 그의 포승줄을 풀러 주며 그를 상빈으로 대우한다.
이런 모습들은 분명히 장비가 진일보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장비의 이러한 행동들은 유비군에 있어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다. 방통의 실력을 보고선 유비에게 천거해 유비가 와룡봉추, 두 날개를 달 수 있게 해 주었고, 엄안을 포섭해 익주를 정벌하는 데 으뜸 가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선비를 대우하는 이 모습은 의를 강조했던 관우와는 결이 다른 장비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장비는 결국 부하들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된다. 의형제인 관우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 모든 군사들에게 흰 옷을 갖춰 입게 명령하는데, 문제는 너무 촉박한 시일 안에 완수하라는 것이었다. 범강과 장달은 그 명령을 완수하지 못했고, 결국 장비에게 매질을 당한다. 장비는 매질을 한 후에도 사흘 안에 완수하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한다. 그런 모질고 난폭한 수장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범장과 장달은 결국 장비의 목을 베어 동오로 달아난다. 장비는 유비가 평소에 누누이 충고했던 성격 고치기를 결국 해내지 못하고, 목숨마저 잃고야 만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장비의 죽음으로 인한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이릉대전의 참패가 그것이었다. 유비가 동오를 정벌하러 간 당시, 촉에는 일군을 이끌 대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조운은 익주를 지키고 있었고, 관우, 장비, 마초, 황충 모두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만약 촉군에 일군을 이끌 만한 뛰어난 장군이 있었다면 유비가 이릉대전에서 육손의 화공에 넋을 놓고 당했겠는가. 특히, 전장에서 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재적소의 계책을 쓸 수 있었던 장비가 있었다면 이릉대전의 결과는 아마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장비가 와구관에서 장합과 싸웠을 당시, 장비는 뛰어난 계책과 임기응변으로 장합을 대패시켜 목숨만 살아 달아나게 만들지 않았는가. 장비가 살아 있었다면 육손은, 동오는 그렇게 촉군을 쉽게 물리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장비의 난폭한 성격이 촉군을 궁지에 몰아넣은 셈이다. 나비의 날갯짓이 결국 바다에 폭풍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장비의 죽음이 삼국에서의 촉한의 국력을 약하게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