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독자 여러분들에게 내가 자주 듣는 띵곡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하려 한다. 나는 평소 드라마, 영화의 OST나 가사가 없는 뉴에이지 음악을 주로 듣는 편인데, 이따금씩 발라드 곡도 즐겨 듣기도 한다. 가만 보면 딱히 장르가 정해져 있지 않고 내 입맛에 맞으면 듣는 편이라 대중이 없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자, 그럼 내가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띵곡 플레이리스트에는 어떤 곡들이 있을까? 하나씩 살펴보자.
한때 대장금 신드롬을 일으켰던 MBC 대하사극 대장금(2004).
첫 번째 곡은 대장금의 OST <하망연>이다. '알렉산드로 사피나'라는 이탈리아 팝페라 가수가 부른 곡으로, 대장금의 대표적인 사랑 노래다. 장금이가 주변 악역들로부터 시련을 맞을 때마다 그걸 안타깝게 바라보는 민병호. 민병호와 장금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곡이다. 가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바람에 지는 아련한 사랑
별혜에 지듯 사라져 간다.
(벼랑 끝에 지듯)
천해를 괸들 못 다할 사랑
(천년을 사랑한들)
청상에 새겨 미워도 곱다.
(푸른 치마에 새겨)
높고 늘진 하늘이 나더러 함께 살자 하더라
(높고 넓은)
깊고 험한 바다로 살아 우닐 제 사랑은
(늘 울며 지낼 내 사랑은)
초강을 에워 흐르리
(강산을 굽이)
- 알렉산드포 사피나, <하망연> 가사
'천해를 괸 듯(천년을 사랑한들) 못 다할 사랑'이라고 하듯 두 사람의 깊은 사랑을 의미하며, '높고 늘진 하늘이 나더러 함께 살자 하더라'에서 '높고 늘진 하늘' 은 중종 임금, 즉 왕을 의미하는 것으로, 왕이 장금에게 함께 살자 했는데, 장금이 민병호와의 사랑이 깊어 이를 거절하는 것을 노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 노래뿐만 아니라, 대장금 OST는 모두 좋은 작품들인데, '창룡', '0815', '단가', '연밥', '오나라', 'Legend becomes history' 등이 있다. 그중 '0815'는 장금이 존경하는 두 상궁, 정 상궁과 한 상궁이 세상을 떠날 때 나온 음악으로, 장금의 깊은 슬픔을 담고 있다. 반면, '단가'는 민병호를 짝사랑하는 금영의 심정을 대변한 곡으로, 이 곡 또한 마찬가지로 슬픈 곡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고구려와 발해의 장대한 역사를 소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하사극 대조영(2007).
두 번째 띵곡은 대조영 OST, 주병선의 <어머니의 나라>이다. 대조영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우리나라의 장대한 역사, 그중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소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드라마다. 주인공에 최수종, 이덕화, 정보석 등 쟁쟁한 연기 대가들이 나오며, 134부작이 방영되면서 대조영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대조영의 OST 중 가장 유명한 곡은 바로 <어머니의 나라>이다. 극 초반 대조영은 고구려에 불길한 암운을 드리우는 존재로서 연개소문의 밑에서 크는데, 이때 대조영의 어머니가 쫓겨나게 된다. 그 뒤 어머니와 잠시 만나게 되는 대조영이지만, 대조영은 바로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만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으로 어머니의 나라, 고구려를 지키기로 마음먹은 대조영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 바로 주병선의 <어머니의 나라>이다.
검은 구름 속 햇살은 / 한 줌의 희망인가
풀잎에 맺힌 이슬은 / 누구의 핏물인가
강이 말라 길이 되고 / 바위가 흙이 되도록
간절함 그리움 하나 / 내 어머니의 나라
그날의 함성은 / 세월 넘어갔건만
천년의 별빛은 / 어머니의 눈물인가
산천초목 바뀌어도 / 변하지 않는 노래
다 같이 울고 웃던 노래 / 풀잎의 노래
어머니의 그 목소리 / 어머니의 나라
나라
산천초목 바뀌어도 / 변하지 않는 노래
다 같이 울고 웃던 노래 / 풀잎의 노래
어머니의 그 목소리 / 어머니의 나라
나라
- 대조영 OST 주병선, <어머니의 나라> 가사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뭔가 가슴속에서 울컥울컥 한다. 나의 어머니가 생각이 나서도 그렇고, 고구려가 생각이 나서도 그러하며, 민초들을 생각하면서도 그렇다. 어머니가 곧 민초였고, 민초가 곧 고구려였던 대조영의 OST <어머니의 나라>를 들어보시라.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박정현이 리메이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세 번째 띵곡 플레이리스트는 박정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다. 보통 중장년층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많이 알고 계실 것으로 안다. 그리고 조용필 버전을 더 많이 좋아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정현이 부르는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도 한 번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여자 가수가 표현하는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어떤지, 박정현이 표현하는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어떤지 들어보시라. 박정현만의 독특한 음색, 고음에서 나오는 카타르시스, 박정현이 말하는 노래의 스토리를 들어보면서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나는 떠날 때부터 / 다시 돌아올 걸 알았지
눈에 익은 이 자리 / 편히 쉴 수 있는 곳
많은 것을 찾아서 멀리만 떠났지 /
난 어디 서 있었는지
하늘 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
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너를 보낼 때부터 / 다시 돌아올 걸 알았지
손에 익은 물건들 / 편히 잘 수 있는 곳
숨고 싶어 헤매던 세월을 딛고서 / 넌 무얼 느껴왔는지
하늘 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
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
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 말했으면
- 박정현,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조용필) 가사
이 곡은 나는 가수다 시즌1에서 히트를 쳤으며, 각종 영화제 시상식에서 불려졌다. 그 해의 가수는 단연 박정현이었으며, 이전까지 실력에 비해 인지도가 묻혀 있던 박정현은 나는 가수다 이후로 톱가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자신을 드러내게 된 나가수의 박정현에게도 고마운, 가수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된 우리에게도 고마운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1995) OST 중 하나인 <바람의 빛깔>을 자신만의 청아한 목소리로 소화해낸 오연준 군.
네 번째 띵곡 플레이리스트는 오연준의 <바람의 빛깔>이다. 첫 소절부터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낸 제주소년의 청아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우리는 자연 속으로 빠져든다. 그 목소리는 마치 하늘 위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바다의 파도가 흔들리며 내는 소리 같기도 하다.
사람들만이 생각할 수 있다 / 그렇게 말하지는 마세요
나무와 바위 작은 새들 조차 / 세상을 느낄 수가 있어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그대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요
달을 보고 우는 늑대 울음소리는 / 뭘 말하려는 건지 아나요
그 한적 깊은 산속 숲소리와 / 바람의 빛깔이 뭔지 아나요
바람의 아름다운 저 빛깔을 /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서로 다른 피부색을 지녔다 해도 /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죠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는 /
바로 그런 눈이 필요한 거죠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함께 본다면 /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
- 오연준, <바람의 빛깔>(포카혼타스 OST) 가사
부디 어른들이 연준이의 순수함과 열정을 다른 의도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아이를, 순수하게 노래를 부르는 아이로 크게 놔두었으면 좋겠다. <바람의 빛깔>을 들어보시면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아실 것이다. <바람의 빛깔>을 통해 자연 속으로, 동심 속으로 들어가 보시라.
조선시대 영조와 사도 세자 간의 아픈 역사를 그린 영화 <사도>(2014)의 OST <꽃이 피고 지듯이>.
마지막, 다섯 번째 곡은 영화 ⌜사도⌟의 OST <꽃이 피고 지듯이>이다. 이 곡은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배우 조승우가 부른 곡인데, 영화 ⌜사도⌟의 느낌과 어울리게 담담하면서도 슬프게 부른 것이 특징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해 힘들어하는 아들 사도세자와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왕이기에 엄하게 가르치는 아버지 영조의 이야기. 그 이야기 위에 깔리는 음악이 바로 <꽃이 피고 지듯이>이다.
나 이제 가려합니다 아픔은 남겨두고서
당신과의 못다 한 말들 구름에 띄워놓고 가겠소
그대 마음을 채우지 못해 참 많이도 눈물 흘렸소
미안한 마음 두고 갑니다 꽃이 피고 또 지듯이
허공을 날아 날아 바람에 나를 실어
외로웠던 새벽녘 별들 벗 삼아 이제 나도 떠나렵니다
이렇게 우린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마주 보고 있어도 닿을 수 없어
왜 만날 수 없었나요
행여 당신 가슴 한편에 내 체온 남아 있다면
이 바람이 흩어지기 전 내 얼굴 한번 만져주오
- 조승우, <꽃이 피고 지듯이> (영화 ⌜사도⌟ OST)
나는 영화 ⌜사도⌟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데, 아버지가 나에게 따뜻한 눈길, 다정한 말 한마디만 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조승우의 담담하지만, 너무 슬퍼서 담담한 이 노래를 들어보시면 왜 아버지와 자식에 대한 곡인지 아실 수 있을 것이다. 가사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영화와 노래에 담긴 사도와 영조의 심정을 아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다섯 곡의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봤다. 더 많기는 하지만, 스크롤의 압박이 있을 것 같아 다섯 곡으로 제한했다. 여러분도 들어보시니, 공감이 가시는가. 어떤 분은 공감하실 듯하고, 어떤 분은 공감하지 않으실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DJ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다섯 곡의 플레이리스트를 꼽아 보니,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노래가 많았구나 싶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니, 그 노래들이 더 좋아지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독자 분들은 어떤가? 여러분들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생각해보며 그 노래들이 내게 주는 의미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