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와 하이에나(동화 버전)
어울림에는 제약이 없다
세상의 끝에 자리한 넓은 초원이 있었어요. 그곳에는 온갖 동식물들이 살고 있었는데, 주로 초식동물과 초원에서 자라는 풀들이 살고 있었어요.
그중 가장 생명력이 넘치고 빛이 나는 식물이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민들레였답니다. 민들레는 초원의 모퉁이돌 틈새에서 자라고 있었어요. 민들레는 다른 동식물들과 어울리며 초원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하이에나들이 이 금단의 초원에 들어왔어요. 하이에나들은 굶주려 있었어요. 그들은 닥치는 대로 초식동물들을 잡아먹기 시작했어요. 초식동물들은 죽어갔어요. 남아 있는 초식동물은 발이 빠른 가젤뿐이었어요.
어느 날,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하이에나 하나가 가젤 한 마리를 홀로 잡겠다고 뒤쫓다가 가젤의 뿔에 받쳐 상처를 입고 말았어요. 하이에나는 절뚝거리며 걷다가 초원에서 쓰러지고 말았어요.
초원 모퉁이돌에서 자라고 있던 민들레들은 쓰러진 하이에나를 품에 안아 주었답니다. 신기하게도 하이에나의 상처는 씻은 듯이 나았고, 하이에나는 정신이 들었어요. 자신의 눈앞에는 노랗고 앙증맞은 민들레가 밝게 인사하고 있었어요.
"안녕, 난 민들레야. 만나서 반가워."
"네가 날 살려준 거니?"
"응. 난 치유의 능력이 있어."
"그렇구나. 고마워."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하이에나는 그 뒤로 민들레와 초원의 식물들과 어울렸어요. 민들레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받은 것일까요. 이 하이에나는 더 이상 초식동물들을 공격하지 않았답니다. 처음에 하이에나를 두려워하던 초원의 동식물들은 민들레와 어울리는 하이에나를 보고 마음을 열고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초원의 동식물들과 친해진 하이에나는 더 이상 무리들과 어울려 약한 동식물들을 공격하고 싶지 않아 졌어요. 그렇지만 태어나기를 육식동물이었던 하이에나는 초식동물로 살아갈 수 없었어요. 하이에나는 점점 말라가기 시작했어요.
곁에서 하이에나를 지켜보고 있던 민들레는 마음이 아팠답니다. 민들레는 하이에나에게 무리 곁으로 돌아가라고 매몰차게 말했어요.
"네 무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민들레에게서 돌아가라는 말을 들은 하이에나는 속상해하면서 초원을 떠나는 하이에나 무리에게로 돌아갔어요.
하이에나가 세상의 끝, 넓은 초원에서 떠날 무렵, 수많은 민들레 홀씨들이 하늘에 가득 떠 있었어요. 마치 민들레들이 하이에나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것만 같았지요.
수많은 홀씨들은 더 크고 생명력 넘치는 민들레 초원으로 바뀌어 있을 거예요. 하이에나가 긴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게 되면 말이에요. 민들레는 그때까지 홀씨를 품으며 하이에나를 기다리겠죠.
민들레와 하이에나는 결코 어울릴 수 없지 않아요. 마음을 주고받는다면 우리는 누구나 어울릴 수 있답니다. 민들레와 하이에나처럼요.
한 음유시인은 민들레와 하이에나의 이야기를 시와 노래로 만들어 온 세상에 퍼뜨리고 다녔답니다.
민들레의 영토에 한 발짝 들어서자
야트막한 둔덕에 민들레가 고개를 들어본다
하이에나가 시뻘건 잇몸을 보여도
민들레는 새하얀 얼굴만 갸웃거린다
상냥한 미소로 낙오된 떠돌이를 어루만지니
썩고 비린 뼈와 살에 한껏 달아올라
끊임없이 헤매던 시절도 아련해진다
엉기는 장마에 두발이 쓸려가도
참담한 가뭄에 속절없이 뒹굴어도
굳건한 심상에 감탄하며
너의 흔적들을 찾아간다
그러나 애초에 길이 달랐던 것을
언약을 해봐야 무슨 소용 있을까
너대로 해야 할 사명이 있는 것을
말도 없이 일어나 지체 없이 떠난다
아직도 너의 체취 뿌리 끝에 남아서
홀씨 하나 잉태하여 너에게로 날려본다
-민들레와 하이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