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신 아폴론이 사랑하던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의 이름은 히아킨토스였습니다. 히아킨토스는 미를 중요하게 여기던 아폴론의 눈에 들 정도로 아름다운 소년이었습니다. 소년은 지하 세계에서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불쌍하게 여긴 아폴론이 하데스에게 간청해 지상으로 올려보냈습니다. 소년은 자신을 구해준 아폴론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아폴론이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했습니다. 그렇지만 소년은 인간인지라 마음에 욕심과 번뇌가 일었습니다. 소년의 마음 속에 있던 욕심과 번뇌라는 병은 신으로부터 받는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폴론은 그때 다프네라는 여인을 보게 되었는데 다프네는 진취적이면서도 사려가 깊은 여인이었습니다. 다프네의 아름다운 내면을 사랑한 아폴론은 소년을 두고 다프네를 열렬히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소년은 다프네를 질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던 에로스를 이용해 다프네의 가슴에 납화살을 꽂았습니다. 다프네는 납화살을 맞고 자신의 사랑하는 아폴론을 밀어내다가 월계수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아폴론은 다프네의 죽음을 슬퍼했습니다.
그렇지만 아폴론은 소년에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아폴론의 마음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 것을 알고 낙담했습니다. 소년은 우울증에 빠졌고 자신을 혐오하기까지 했습니다. 소년의 병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서풍의 신 제피로스 역시 소년을 사랑하고 있었는데, 소년이 자신을 가꾸지 않고 병들어가는 것을 보다 못한 제피로스는 아폴론과 소년이 원반던지기를 하는 사이 바람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원반은 소년의 머리를 강타했고 소년은 힘없이 쓰러졌습니다. 소년은 죽어가며 아폴론에게 말했습니다. 절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지 마세요 당신의 사랑은 오로지 내 것이에요 아폴론은 소년을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고 아름다운 꽃으로 환생하게 했습니다.
아폴론은 꽃으로 환생한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신조차 인간의 욕심과 번뇌는 어쩌지 못하는구나. 우리는 히아킨토스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욕심 많은 인간이었을까요. 떠나간 사랑에 슬퍼하고 힘들어했던 가엾은 인간이었을까요. 신들도 모르는 인간의 마음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