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갈해리 Nov 25. 2021

소리와 음의 분열

조현병에 관하여

  창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나의 단잠을 깨운다 뭉쳐진 소리들은 사람의 언어가 되고 무리의 폭력이 되어 나의 고막을 터뜨린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가 된다 귀머거리는 자기 소리를 가장 잘 들을 수가 있다 토스트를 씹는 소리,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는 소리, 지층을 울리는 발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에게는 내 소리밖에 없어 다른 것은 침입하지 못한다 이제 그 다른 것을 음이라고 하자 아무리 음악을 크게 틀어놓아도 나의 고막은 그 음들을 저만치 튕겨내 창밖으로 떨군다 오로지 나의 소리들을 방해하는 음이 존재한다면, 존재하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나의 단잠을 깨운 뭉쳐진 음들, 음들 속에서 내 소리들은 존재하지 않지만, 언어는 나의 음이 아니지만 폭력은 나의 음이다 좀 더 나의 폭력적인 음들을 듣고 싶다 내 안에서 나오는 거대한 폭력의 음을 소망하며 나는 창밖으로 낙하한다.

이전 15화 소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