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한문 시간에
자신의 자(字)를 짓는 숙제를 받았다
나는 고심 끝에 소하(小下)라고 자를 정했다
이게 무슨 뜻이니?
한문 선생님은 내게 묻는다
작다 아래?
친구들이 깔깔깔 웃는다
걔 중에는 내 사타구니를 가리키며 웃는 녀석도 있었다
아래가 작대
거시기가 작아
한나라의 재상 소하는
지위는 높았지만 행동은 겸허하게
포부는 크지만 마음은 겸손하게
그렇게 살았어요
짝짝짝짝
한문 선생님의 박수소리가 홀로
적막한 교실에 울려 퍼진다
훌륭하구나
소하야,
너는 재상 소하처럼 살아가거라
과거는 어느덧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이젠 닳아 무뎌진 펜을 든 채
선생님의 말을 떠올려본다
오늘의 소하는
진정 小下로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