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갈해리 Nov 17. 2021

가시에 대하여

가시를 이야기하다

1.

나의 몸에서 가시가 돋아나면 갈대숲을 찾곤 하지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금지된 숲 나는 가시를 바짝 세우고 숲을 지나가지 그렇지만 상처 입는 것은 숲이 아닌 나야 피가 갈대에 묻으면 그 위로 또 다른 가시들이 자라나지 그것들이 나를 긁어대면 둥둥둥 북소리들이 어머니의 양수 속까지, 아버지의 은하수까지 울려 퍼지지 안녕 나의 가시야


2.

태초에 하느님이 계셨으니 모두 그를 경배하라 그는 가시의 하느님이시다 그는 가시들을 이루어 거대한 가시 왕국을 이루셨도다 내 아들의 아들의 아들에게까지 가시를 누리게 하리라 나와 나의 연인에게 가시는 금지 되었다 하느님의 품 안에서 우리는 가시에 대한 경배를 외친다 그들의 가시여


3.

물레의 가시에 찔리고 싶다 그리하여 영원한 잠에 빠져들 수만 있다면 독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싶다 그리하여 영원히 안식을 경험할 수 있다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싶다 그리하여 영원히 침묵 속에 살아갈 수 있다면 소크라테스의 독배를 뺏어 마시고 싶다 그리하여 가시에 대한 변명을 외칠 수 있다면 네 가시를 알라

이전 12화 오늘은 엄마가 되어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