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목표는 아이들의 즐거움?
아들이 캐나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지 벌써 세 달째인데 아직도 점심 도시락과 간식 도시락, 물통만 들어있는 가벼운 책가방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문구류와 실내화는 학교에 놓고, 매일 도시락을 운반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가방을 버릇처럼 ‘책’가방이라 부르지만 이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일 것이다.
이곳 초등학교에는 교과서가 없으니까.
꼼꼼히 챙기지는 않았어도 한국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받아보던 주간 학습계획표도 없다.
점심을 빨리 먹고 남은 자투리 시간에 운동장에 놀러 나갔던 한국과 달리 여기는 점심시간 전 40분 동안 바깥에서 놀다 들어와서 15분 동안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오전에 15분 쉬는 시간이 또 있는데, 아들 학교에서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깥에 나가서 놀아야 한다.
전교생 중 핸드폰이 있는 학생이 다섯 손가락에 꼽히고, 학교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학생은 없다.
따라서 쉬는 시간에는 몸을 쓰던, 말을 쓰던 온전히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밖에 없다.
언제 핸드폰을 사 줄 예정이냐는 나의 질문에, 다른 학부형들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을 했다.
고등학생 중에는 핸드폰 있는 친구들이 있는 듯하다고 덧붙이며.
한국에서는 대부분 자기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친구들 속에서, 핸드폰 없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안쓰러웠었는데,
이곳은 16살 전에 아들 소유의 핸드폰을 주지 않겠다는 남편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학부모가 많은 듯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수학 시간에는 계산기를 쓰게 해 주고, 영어 시간에는 글쓰기를 해서 크롬북에 옮겨 적을 때 자동 수정 기능이 있어 영어 철자를 잘 모르는 아들도 어찌어찌 넘어간다고 했다.
한국 친구들이 그립지만, 이곳의 수업 방식이 덜 지루하고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고 했다.
적응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중국식당 하나도 없어 궁핍한 식도락 생활이지만 이걸로 보상받은 셈 치기로 했다.
아들이 올 9월에 8학년, 즉 이곳 (중)고등학교인 Secondary School을 간다. 마침 해외 이주민들을 위한 Secondary School 설명회가 있었다.
중고등학교의 교과과목은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나뉜다고 했다.
필수과목에는 영어, 수학, 사회, 체육과 직업 과목이 있고, 선택과목에는 사진 촬영, 미디어, 요가, 아이스하키, 나무공예, 요리, 미술 등이 있단다.
교과과정을 들으면서 ‘최소한의 지식교육만 하고 나머지는 노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설명회 연사가 얘기한다.
이곳 “학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이 재미있게(FUN) 지내는 것”이라고.
이 개념이 전혀 와닿지도, 상상조차도 되지 않는 것은 내가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입시지옥을 치른 세대여서일까?
이곳에서 몇 년 살면서 아들이 놀러 학교 가는 모습을 보면 조금 이해가 될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