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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일 Oct 17. 2024

내가 열어본 조지아 오키프의 옷장

내가 열어본 조지아 오키프의 옷장 




 우리는 주변에서 멋진 사람을 발견하면, ‘그는 원래 멋진 사람이다.’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평균 수준보다 친절하거나 매너가 좋은 사람도 천성이 원래 그럼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저절로 잘 되고 멋진 것은 없으며, 그 모든 것이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더구나 작가에게 옷은 작품과 동격이라고 생각해야 되는 대상이다. 그러나 우리의 머리에 학습된 의복이라는 것은 몇몇 사람 빼고는 소홀함의 대상 중 하나이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신영복 선생님 책 <담론>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소비와 소유와 패션이 그 사람의 유력한 표지가 되고 있습니다. 도시라는 바쁜 공간에서는 지나가는 겉모습만 보입니다. 집, 자동차, 의상 등 명품으로 자기를 표현합니다. 교도소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 년 365일을 함께 생활합니다. 그 사람의 적나라한 모습을 꿰뚫어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도소에도 명품 족이 있습니다.. 

관에서 지급하는 죄수복을 그대로 입지 않고 그것을 양재 공장에 부탁해서 해체한 뒤 새로 박음질을 하고 줄 세워서 다려 입고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로 치면 명품족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멋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때와 장소를 초월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책을 쓰기 위해 이것저것 조사를 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이 세상에 멋진 사람으로 남는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고, 그러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멋있는 사람이 반드시 좋은 사람이지도 않고 멋있는 사람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부자라고 반드시 멋있는 옷차림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수입이 적다고 멋있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황제는 황제에 어울리는 복장이 필요하고, 교황은 교황에 어울리는 복장이 필요하듯이 우리도 어느 분야 어느 곳에 소속되어 있든지 신분에 맞는 복장을 위해 노력하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자신의 철학과 취향을 타인에게 한눈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조지아 오키프가 생전에 입던 옷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옷’이라는 것이 이렇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특히 나는 패션분야에 종사해 왔기 때문에 옷이 전달하는 의미를 더 많이 읽을 수 있었다. 그녀의 복식을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하면 ‘도시 옷’과 지역 유니폼이라고 불리는 ‘랩 드레스’로 나눌 수 있다. 그녀가 남긴 많은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블랙 슈트는 그 당시 일반적인 여성들이 입던 스타일과 색상이 아니다. 최첨단 아방가르드 스타일이다. 그녀가 생을 다했을 때 12벌의 슈트를 남겼다. 1983년 96세 때 뉴욕에서 맞춤 제작한 슈트가 마지막 것이었으며, 그녀의 슈트 중 어떤 것도 기성품은 없었다고 한다.


 오키프는 옷이 닳을 때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입은 것으로 유명하다. 오키프가 96세에 멋진 옷을 맞춘다는 것의 상징성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1959년 세계일주를 할 때도 똑같은 슈트를 입었다고 한다. 1953년 스페인 방문, 1954년 재방문했던 이유가 내 생각에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에게 옷을 맞추고 프라도 박물관을 가기 위한 것 같다. 그녀의 자료전시에 프라도 박물관 가이드 북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뉴욕 맨해튼의 ‘Knize’ 양복점에서 남성 스타일의 블랙슈트를 주문하고 단골손님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요즘 주변의 방송인, 정치인, 전문직 여성 몇 사람에게 코디네이터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평생을 학문적인 성과를 이뤄낸 사람, 대변인으로 방송에 자주 노출되는 여성, 언론사 여성대표, 고급 공무원 등 주변 분들에게 이미지 메이커가 되어 드리는 일이 가끔 있다. 생각보다 옷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무관심, 무방비로 있다가 갑자기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우선 대부분 본인이 익숙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힘들어하기도 하고 고집을 자신의 철학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옷을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함을 극복 못하면 결국 원래의 위치로 돌아간다. 전문가를 믿고 따라가 본 후 그다음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게 결코 쉽지를 않다. 특히 메이크업 색상이라든지 헤어스타일은 특별한 동기가 없으면 더 어렵다.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모던 라이프’라는 조지아 오키프의 삶의 방식을 보게 된 기쁨은 매우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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