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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Apr 26. 2022

요즘 아우디가 못생긴 이유

구조에 기반한 디자인에 대해

아우디, 나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자동차를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사람이라면 요즘 디자인 트렌드에 대해 누구나 할 말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나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에서 생기는 느낌이 아니라 분명 어딘가 근거가 있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기술이 좋아지는 만큼 회사들은 더 싸게 만들고 더 잘 파는 마케팅 능력을 길렀고, 아마 이 때문에 알맹이보다 껍데기가 더 커 보이는 그런 문제들이 원인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중, 고등학교 시절이던 2013년쯤부터 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당시 나는 독일 3사의 디자인 중 역시 아우디를 가장 좋아했다. 특히 A4, A6, A8의 단정하면서 균형 잡힌 비율은 뭔가 달려야만 할 것 같은 BMW나 벤츠와는 차별성이 있는 디자인이었다. 이런 독보적인 디자인이 네임벨류나 구조적 열세를 극복하고 아우디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게 만든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우디는 역동적인 BMW, 날카로운 벤츠와 달리 곡선적이고 과하지 않은 것이 매력이었다. 디자인이 과하지 않다는 것이 뭐가 매력이냐고 할 수 있지만, 생각해보면 요즘 자동차 디자인 치고 잔잔한 디자인은 정말 찾기 어렵다. 하나같이 자기를 좀 쳐다봐달라고 아우성치는 디자인들이기 때문이다.



구조와 디자인의 관계

나중에 자동차 구조에 대해 알게 된 후 아우디의 이런 디자인이 아우디 특유의 구조적인 레이아웃에서 나왔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잠시 아우디와 다른 독일 3사 차량의 레이아웃을 비교해보자.

BMW 3series 사진 netcarshow.com
Benz E-class 사진 Mercedesmedia
Audi A6 사진 Netcarshow.com

BMW와 벤츠는 운동성을 중시해 바퀴굴림을 기반으로 하는 차량들이고 그래서 상당히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요즘은 예외가 생기고 있다) 반면에 아우디는 이들에 비해 안정적이고 중립적인 옆면의 실루엣을 보여준다. 바퀴 앞으로 차체가 튀어나온 것을 오버행이라고 하는데, BMW와 벤츠는 앞 오버행은 짧고, 뒤의 오버행은 이에 비해 길다. 그래서 옆면에서 보닛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고, 승객석은 전륜구동 차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레이아웃을 가진다. 뒷바퀴굴림이기 때문에 뒤쪽으로 무게중심이 어느 정도 가 있는 디자인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차량들이 FR(앞 엔진 후륜구동) 타입의 스포츠카들이다.


스포츠카인 벤츠 AMG GT 사진- carbuzz.com


결론적으로 BMW, 벤츠는 이런 후륜구동의 레이아웃이 역동감을 주는 디자인과 잘 어울린다. 후륜구동은 레이아웃부터가 무게중심이 뒷쪽으로 가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역동감있는 디자인을 살리기에 적합한 것이다.



반대로 아우디는 사륜 혹은 전륜 기반의 차량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벤츠나 BMW와는 달리 실제로 주행성이나 스포츠성에 있어서 구조적으로 유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아우디가 사용하는 구조는 특성상 엔진을 상당히 보닛 앞쪽으로 배치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앞 오버행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구조적인 이유로 디자인이 대중 브랜드들의 전륜 기반 차량들과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기는 어렵다. 한 마디로 말해서 스포티한 디자인을 만들기 상당히 불리한 구조라는 것이다.

엔진이 앞차축보다 앞쪽으로 배치된 아우디의 섀시 레이아웃 사진 Audimedicenter



아우디의 디자인적 차별성

하지만 당시 아우디는 이런 불리한 조건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에게 유리한 방식을 찾았다. 단정한 디자인과 곡선적인 라인으로 경쟁사인 비엠 벤츠와 확실한 차별성을 두었다. 단정한 디자인이라는 것이 자칫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디자인이 될 수 있는데, 아우디는 이를 절제된 라인만으로 잘 살렸고 중립적인 레이아웃과 잘 맞아 매우 안정되어 보였다.


당시 모터쇼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아우디는 다른 브랜드와 다르게 남성 모델들을 배치했던 것인데, 그만큼 아우디는 여성고객들의 선호도도 높았고 이것 또한 기존의 비엠 벤츠가 갖고 있지 않은 부분들을 잘 파고든 부분이었다.

2005년 당시 스키점프대를 오르는 아우디의 광고장면. 당시의 A6는 지금봐도 나쁘지 않을 정도로 디자인이 잘 정돈되었다. 사진 경향신문


현재 아우디의 디자인

하지만 요즘 아우디의 디자인은 이런 아우디만의 독보적인 요소들이 많이 사라졌다. 언제부터인지 직선이 하나둘 추가되기 시작하더니 정면에서 보았을 때 어느새인가 직선적인 요소들로 가득해졌다. 그러면서도 옆면의 전체적인 라인은 큰 변화가 없기에 과격한 정면과 단정한 옆면이 어울리지 않는다. 과격한 정면의 디자인 같은 경우는 현대, 도요타 같은 대중 브랜드들에서도 자주 해왔던 방식이기 때문에 전혀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고 단순히 유행을 따라간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만든다.


현재의 아우디 A6 사진-motor1


또한 아우디가 고집해오던 사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시스템들이 많이 등장한 지금은, 아우디의 사륜구동방식이 특별한 메리트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다시 말하면 아우디가 과거와 같은 구조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고, 결국 디자인 아이덴티티도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이래서인지 유독 요즘의 아우디는 디자인의 갈피를 못 잡고 유행을 따라가기에 바빠 보인다. 10년 전의 아우디와 달리 지금의 아우디의 디자인은 아우디의 구조와도 어울리지 않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참신함도 없다. 특히 조화롭지 못한 직선과 곡선, 레이아웃은 이 차가 어딜 봐서 프리미엄 브랜드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곡선적인 라인이 통일감이 있던 구형Q7은 어디가고 멧돼지로 만들어버린 현재의 Q7 사진-위키백과,audimediacenter



과거의 아우디와 같은 단정한 디자인은 요즘 볼보가 맡고 있는 듯하다. 전륜을 베이스로 하는 볼보는 역시 이런 차분한 레이아웃과 단정한 디자인이 정말 잘 어울린다. 모든 차들이 더욱 자극적인 디자인을 추구할때 이런 단정한 디자인이 더욱 빛난다.

볼보 V90CC 사진-모터그래프

표지사진-auto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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