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준 May 20. 2024

광석이 형! 형은 틀렸어.

광석이 형. 형은 틀렸어. 

이제 더 이상 서른 즈음에 이런 감정을 느끼고 살고 있지 않아. 우리는 이제 이 감정을 마흔이 되어야 느껴가고 있어. 아마 이제는 우리가 더 젊게 살고 있어서일까? 그래서 이제는 마흔이 되어서야 형이 느꼈던 그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인지도 몰라. 


형이 이 노래를 불렀던 94년가 딱 30년이 흘러버렸는데. 그 사이 세상은 많이도 변해버린 것 같아. 미안하지만 형이 노래 부르던 그 시절의 서른이란 나이는 지금의 마흔 보다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한 것 듯한 얼굴이야. 얼굴 표정도, 삶의 방식도, 그리고 세상도 불과 30년 사이에 너무도 많이 변해 버렸어. 


지금의 서른은 형이 살던 그 시기의 서른과는 너무도 달라졌어. 이제는 서른이 되어서도 가정을 이루지 않은 사람이 더 많고, 아직 직장을 제대로 다니지 않는 친구들도 더 많아. 


나도 내가 서른이 될 무렵에 형의 노래를 참 많이 불렀어. 정말 형의 노래는 그때 꼭 불러야 할 그런 노래였어. 이십 대의 시간이 지나가 버리는 게 너무도 아쉽고, 삼십 대가 다가오는 내 모습이 너무 두려웠어.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것 같은데 형의 노래 속에 그 사람은 너무도 큰 사람처럼 보였거든. 노래를 부르면 형처럼 살 수 있을 것 같았어.


누구나의 이십 대가 그랬겠지만, 내 스무 살의 그 시절은 참 뜨거웠고, 빛이 났고, 반짝거렸거든. 얼굴빛이 그래서만은 아니었어. 그 시절에 나는 참 서툴기도 했고, 순수하기도 했거든. 그 시절에 보내온 하루하루는 무엇을 해도 즐거웠어. 금방 어른이 되어서 내가 겪게 되는 많은 일들이 모두 새롭게 다가왔어. 누구도 나에게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라고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나는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정말 열심히도 부딪히며 살았어. 다투기도 많이 하고, 사랑하기도 하고, 아파하기도 하면서 이제껏 배우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배워가며 살아왔어. 처음으로 술을 마시며 세상을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했고, 남몰래 사랑하며 이루지 못한 사랑에 훌쩍거리기도 했어. 때로는 나의 사람이라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버림받기도 하고, 또 그 모습에 아파하기도 했었어. 


형도 그런 날들을 보냈겠지? 형의 그 노래가 많이도 나를 달래주었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고 받아들이게 해 주었어. 참 고마워. 형도 그랬을 거야. 서른이 되면 그런 감정들을 흘려보내고 해야 할 일들만 하면서 스무 살을 추억하면서만 살아야 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형. 


벌써 나는 이제 흔들리지 않을 나이를 지났는데. 어떤 유혹이 와도 현혹되지 않을 나이가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 서른의 그 감정을, 지금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내가 철이 없어서일까? 아직 순수함이 남아서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걸까?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나만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지금의 우리들은 형의 그때보다 훨씬 천천히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 세상에 던져지고, 스스로 길을 찾고, 홀로 서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지도 몰라. 점점 많이 배우고, 많이 경험하면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늦어지나 봐. 조금 어렵게 이야기하면 형처럼 빨리 어른이 되어갈 필요성이 작아진 것 같아. 


우리는 형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데. 그것도 더 건강히 살아가고 더 많은 인생을 누릴 수 있다나봐.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될 필요가 없는 건가 봐. 지금은 형의 그때보다 훨씬 더 넓은 세상을 살 수 있게 되었어. 언어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세상을 접하면서 더 넓게 세계를 살아갈 수 있어. 경험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고, 형처럼 사는 것만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도 된다는 것을 더 많이 보고 자라고 있거든.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는 시기도 늦어지고, 나 외에 짝을 만나고, 내가 평생을 책임져야 하는 가정을 꾸리는 시기도 늦어지고 있어. 형이 느꼈던 그 책임감의 무게를 우리는 좀 더 긴 시간 동안 천천히 나눠서 지고 있는 것 같아. 


우리는 형보다 천천히 어른이 되어가나 봐. 


나는 여전히 형의 노래를 부르고, 그 시절의 감정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 어쩌면 아직도 내 생에 가장 반짝였던 그 시간을 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인지도 몰라. 불혹의 나이가 넘어서도 아직 형이 부르던 그 서른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철이 없는 걸까? 나는 지금도 많이 아파하고, 그리워하기도 해. 그리고 여전히 그 시절처럼 반짝 거리며 살아가고 싶어. 


형의 노래 속의 서른은 어른이었는데. 조금 부끄럽지만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어. 형이 보기에 내가 아직 철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광석이 형 나는 여전히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고 있어. 조금 천천히 길을 찾고, 조금 돌아서 가더라도 내 인생의 가장 멋진 날을 만나기 위해 걸어갈 거야. 


형이 지금 나와 같은 지금을 살아간다면, 

어떤 노래를 불러주었을까?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에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김광석- 서른 즈음에 


https://www.youtube.com/watch?v=Il52fKokmcM&ab_channel=leejinyoungful

김광석_서른 즈음에 + 거리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