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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하는 법보다, 말을 듣고 싶게 만드는 법

by 성준

대화에도 품격이 있다

오후의 햇살이 카페 창가를 부드럽게 물들인다. 커피 잔을 감싸 쥐고, 잔잔한 음악을 배경 삼아 사람들을 바라본다. 테이블마다 저마다의 이야기들이 오간다. 어떤 대화는 소란스럽고, 어떤 대화는 조용히 흐른다. 사람들은 각자의 감정과 생각을 담아 말을 주고받는다. 누군가는 활기차게 손짓을 섞으며 이야기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게 흐른다.

옆 테이블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 너 어제 그거 봤어? 진짜 대박이던데.”

그는 상체를 앞으로 깊숙이 기울이며, 마치 무언가를 털어놓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손을 크게 휘저으며 말을 쏟아낸다.


“진짜 대박이라니까! 넌 안 봤어?”

그의 손끝이 공중에서 여러 번 원을 그리며 흥분을 표현한다. 그의 눈빛은 상대를 향해 강하게 박혀 있고, 온몸이 이야기에 몰입한 듯하다. 테이블을 두드리며 자신이 본 장면을 재현하려는 듯한 몸짓이 더해진다.

반면, 상대는 커피잔을 천천히 돌리며 잔잔한 원을 만든다.


“응, 봤어.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더라.”

커피 속 작은 물결을 바라보던 그는 한숨을 내쉬듯 천천히 입을 뗀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우며, 마치 모든 것을 미리 예상했다는 듯한 담담한 톤이다. 그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컵을 내려놓고 다시 상대를 바라본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우며, 마치 모든 것을 미리 예상했다는 듯한 담담한 톤이다.

말의 내용은 비슷하다. 하지만 전달 방식에서 오는 차이가 크다. 한쪽은 숨 가쁘고 격렬하고, 다른 한쪽은 차분하고 여유롭다. 어느 쪽의 대화가 더 듣고 싶을까?


사람과의 관계는 결국 말로 이어진다. 그리고 말의 태도가 그 사람의 품격을 결정짓는다.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말이 있는가 하면, 모르는 사이 상대의 마음을 닫아버리는 말도 있다. 같은 뜻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전혀 다른 반응을 가져온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하는 말들은 어떻게 작용할까? 어떤 말이 사람을 이끌고, 어떤 말이 사람을 밀어낼까?


귀티 있는 사람은 어떻게 말할까??


말투에도 품격이 깃든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같은 뜻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그거 아니라니까?”라고 단정 짓는 말투와 “내 생각은 조금 달라.”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는 말투는 전혀 다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쓰는 습관, 명령조의 말투가 상대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말 한마디에 사람이 상처를 받기도 하고, 위로를 얻기도 한다.


조급한 말투는 듣는 이를 위축시킨다.

“그거 빨리 해!”라는 재촉하는 말보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더 신뢰가 가는 법이다. 급하게 내뱉는 말보다 한 템포 쉬고 말하는 습관이 대화의 무게를 만든다. 때로는 침묵이 말보다 더 깊은 신뢰를 쌓는다. 말하는 순간에 나오는 조급함을 버리고, 여유롭게 상대의 말을 기다릴 줄 아는 것도 대화의 기술이다.

“그건 안 돼.”라는 단호한 거절보다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라고 긍정적으로 제안하는 말이 상대에게 훨씬 부드럽게 전달된다. 같은 내용을 전하더라도 말하는 방식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부드럽고 따뜻한 언어를 쓰는 사람 곁에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인다. 그들은 대화가 편안한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 한다.


화가 났을 때 즉각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한 뒤 말하는 사람이 결국 관계를 지킨다. 감정이 앞선 말은 쉽게 후회로 남는다. 격한 감정이 올라올 때일수록 신중하게 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대화는 감정을 풀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듣는지가 더 중요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말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지만, 정작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말을 들으며 어떤 표정을 짓는지, 미묘하게 눈썹을 찡그리는지, 혹은 고개를 끄덕이는지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대화는 더 유연하게 흐를 수 있다. 대화 속에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의 말에만 집중하지만, 정작 상대방이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주의를 기울이면 자연스럽게 여백이 생긴다. 그 틈은 말과 말 사이에 숨 쉴 공간을 주고, 상대방이 다시 의견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대화는 나를 중심으로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며 진행해야 한다. “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인가,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인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방향이 달라진다.


대화 태도가 곧 그 사람의 품격

출근길 지하철, 바쁜 아침 속에서도 몇몇 사람들은 대화를 나눈다. 한 사람은 빠르게 말을 쏟아내며 상대의 말을 끊는다. 그의 말은 흐름을 주도하지만,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강조하는 데 집중한다.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가 끝까지 말할 시간을 준다. 말 사이사이에 여백이 있고, 그 여백 속에서 신뢰가 쌓인다.


대화의 목적은 단순히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대화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관계를 새롭게 다질 수 있다. 말 한마디가 신뢰를 쌓기도 하고, 유대감을 강화하기도 한다. 같은 대화를 나누더라도,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설득이 중요한 순간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우리는 누구의 말이 더 귀 기울이고 싶어지는지 안다. 말 한마디가 상대를 불편하게도, 편안하게도 만든다. 결국, 대화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말투 하나에 누군가는 위축되고,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살아난다. 대화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는 과정이다.

대화는 단기간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평생에 걸쳐 사람과의 관계를 이끌어 나가는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대화가 능숙한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쌓을 뿐만 아니라,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말 한마디가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하고, 문을 닫아버리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대화 태도를 가진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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