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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어스픽 Dec 11. 2019

김성중,『국경시장』과 함께 마셔본 맥주

[비어스픽] 책맥모임 시즌3 1회차 후기



역사에 남겨질 '불멸'의 명곡을 만들어낸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안녕하세요, 맥주로 만나는 새로운 경험 비어스픽입니다.

 오늘은 지난 7월 24일에 진행되었던 책맥모임 시즌3의 1회차 후기를 소개해 드리고자합니다. 지난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드디어 첫번째 페어링 모임이 진행되었는데요. 이번 북페어링 도서는 국내 작가의 판타지 소설집으로 책맥모임에서는 오랜만에 다루게 되는 장르라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이번 1회차 역시 지난 시즌과 동일하게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마케터의놀이공간 5길에서 진행되었는데요. 이번에도 사이드픽 테이블을 든든히 채워주셨던 파퍼스케틀콘, 트랜스포터와 문학동네에서 준비해주신 MD 상품들 덕분에, 오늘 모임도 더욱 알차게 시작할 수 있었답니다. 협찬 브랜드에 대한 정보는 아래 링크를 통해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Q4. 『국경시장』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소설은 어떤 소설이었나요?


*손으로 직접 저어가며 만드는 미국 전통식 케틀콘, 파퍼스케틀콘 : https://www.instagram.com/popperspop/

*맥주 잡지 트랜스포터 https://www.instagram.com/transporterkorea/





 비어스픽 책맥모임 시즌3의 첫번째 모임에서 페어링했던 도서는 바로 김성중 작가님의 소설집 『국경시장』이었습니다.

 김성중 작가님은 본인의 첫번째 소설집 『개그맨』을 포함하여 판타지스러운 느낌의 소설들로 큰 각광을 받고 있는 작가님입니다. 특히 김성중 작가님의 소설들은 판타지 소설이지만,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이번의 페어링 도서인 『국경시장』 역시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끊임없는 긴장감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즌3의 첫번째 북페어링은 어떻게 진행되었을지, 지금부터 페어링 맥주 라인업을 하나씩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첫번째 페어링

인물 페어링, 소설 「한 방울의 죄」의 등장인물 '희정' X 뉴 벨지움 '시트라델릭'


뉴벨지움 시트라델릭 (ABV 5.9% / IPA)

소설 「한 방울의 죄」에서 가장 마음이 쓰이는 인물은 되려 주인공이 아닌 희정이었는데요.

희정은 너무 어린 나이부터 친구들에게 보이지 않는 삶을 모두 다 꾸며냅니다. 열 살 남짓의 어린이가 이토록 치밀한 거짓말로 이루어진 가짜 세계를 만들고, 이 세계의 정체를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또 다른 세계를 끊임없이 설계해두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였어요. 이는 희정이라는 인물이 그만큼 상처를 받아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화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 애는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환상이 필요했을 것이다. 없는 잠옷과 없는 어머니, 그 밖에 부재하는 모든 세계를 자신의 힘으로 채워넣기 위해, 공란이 그렇게도 많은 어린 삶을 방어하기 위해 숱한 거짓말을 발명한 것이다. 그것을 거짓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김성중,『국경시장』중

뉴벨지움의 시트라델릭은 라벨에 그려진 것처럼 귤, 자몽과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의 아로마가 지배적으로 느껴지는 맥주입니다. 그 뒤에는 IPA 스타일 맥주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이어지는데요. 맥주에 쓴맛을 더해주는 홉을 무려 11개나 넣었지만, 생각보다 쓴 맛이 그렇게 강하게 남지는 않습니다.

소설 속에서 희정이는 '이런저런 일이 겹쳐' 떠났다는 묘사와 함께 동네를 떠나게 됩니다. 희정이가 꾸며둔 밝고 화사한 세계에 비해 희정의 부재는 흩뿌려지듯 씁쓸함을 남기지만, 그 빈 자리는 지나치게 조용하기도 하죠. 마치 홉을 11개나 넣었지만 끝맛은 그리 강렬하지 않은 이 맥주처럼요.



두번째 페어링

독자 페어링, '『국경시장』을 읽고 만취했을 독자들' X 델리리움 '트레멘스'


델리리움 트레멘스 (ABV 8.5% /           Belgian Strong Golden Ale)

이 책을 처음 읽었던 순간은 어느날 출근길 지하철이었는데요. 분명히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방금 고도수의 술을 들이킨 것처럼 취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셨다면 환상, 가끔은 환각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겁니다.

소설 「국경시장」에서는 기억을 판 사람들의 '동공의 힘이 풀려가는 눈'과 매혹적으로 반짝이는 '물고기의 비늘', 「쿠문」에서는 모든 방향으로 치솟는 천재성과 비례한 속도로 '문드러져가는 육체' 같이 환상 속에 빠져들게 만들어 줄 소재들이 등장하죠.

덕분에 책을 완전히 덮고 나서야 '너무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인데 왜 같이 휘말려 들어가고 있지? 내가 이렇게 빨리 책장을 넘겼나?'라는 생각이 들게되는 소설집이었습니다. 그만큼 읽는 도중에는 다른 생각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는 것일텐데요.

이 맥주는 첫 단편을 읽자마다 바로 떠오른 맥주입니다. 라벨에 그려진 분홍 코끼리 때문에 '분홍 코끼리 맥주'라고도 많이 알려져 있는 맥주인데요. '델리리움'의 뜻은 알코올에 의한 '섬망, 환각'이라는 의미이며, 벨기에에서는 술에 취하면 분홍 코끼리가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안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병과 분홍 코끼리 라벨, 파릇한 과실향에 빠져 계속해서 들이키다 보면 8.5%의 고도수에 어느새 취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맥주, 국경시장을 만난 독자와 델리리움 트레멘스를 마신 사람의 취기는 서로 닮아있을 것입니다.



세번째 페어링

소재 페어링, 소설 「필멸」 속 '불멸' X 투올 '블랙몰츠&바디솔츠'


투올 블랙몰츠&바디솔츠 (ABV 9.9% /    Double IPA)

소설 속 주인공인 앙투안이 문제의 곡 '불멸'의 선율을 떠올리는 순간은 이렇게 묘사됩니다. 


'넝쿨은 선율로 바뀌고 선율은 화성으로 확장되었다. (중략) 오선지로 된 그물을 뿌렸지만 물고기로 변한 음표들은 하나도 잡히지 않고 빠져나갔다. (중략) 마침내 도약을 위한 침묵을 깨고 강력한 주제 선율이 폭발한다.' -김성중,『국경시장』중

문장만으로도 듣고 싶은, 지금까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역작의 선율임은 분명하지만, 이 선율의 주인공 자리를 탐내는 천재들을 모두 죽고 죽이는 파멸로 이끄는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투올의 블랙몰츠&바디솔츠는 여러모로 인상이 깊은 맥주인데요. 먼저 세계적으로 많이 인용되는 맥주 평가 사이트 'ratebeer'에서 드물게 만점을 받은 맥주입니다. 또, IPA 스타일의 맥주에서는 잘 시도되지 않는 커피 그리고 소금을 넣었으며, 검은 빛깔을 띄는 블랙IPA라는 것도 인상적인 부분인데요. 

이 맥주에서는 IPA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유지되는 동시에 커피의 풍미와, 소금의 짠 맛이 느껴집니다. 또, 진득하지는 않지만 무게감은 꽤 있는 편이며, 끝에는 짙은 스모키함을 선사하기도 하는데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가 너무나 완벽하게 등장했으며 강하고 어두운 임팩트를 남긴다는 점에서, 천재들을 필멸로 인도했던 '불멸의 선율'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네번째 페어링

상황 페어링, 소설 「동족」 속 '여왕의 죽음' X 뽀할라 '카니발'


뽀할라 카니발 (ABV 10.9% / Imperial  Stout)

생과 사의 문턱에 섰을 때는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히려 극도의 쾌락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소설 「동족」 주인공이자 킹코브라인 '여왕'도 죽는 과정에서, 마치 절정의 황홀함을 느끼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소설 속 여왕의 삶은 매우 화려했습니다. 식욕과 성욕이 그려주는 지도에 따라 움직이며 권력을 뽐냈으며, 부르기 쉬운 멜로디처럼 단순하고 즐겁게 살육을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심지어  킹코브라 실험 대상으로 잡혀서 몸에 센서가 장착되었을 때도, 오히려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고 인류 역사에서 금서로 많이 지정되었던 아라비안나이트를 읽으며 새 대륙을 만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여왕은 인간이 아니라 다른 수컷 코브라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죽음 뒤의 빛은 처참할 정도로 뻐르게 사라지겠지만, 여왕의 몸짓(죽음의 회전), 마비, 그리고 점점 황홀해지는 의식을 보자니 총천연색이 머릿속에서 폭발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맥주는 '카니발'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이름에 걸맞는 화려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임페리얼 스타우트 스타일에 라즈베리, 패션후르츠, 구운 코코넛을 첨가해서 만든 맥주인데요. 거기에 임페리얼 스타우트 특유의 다크초콜릿 아로마까지 입혀져 화려함이 더해지게 됩니다. 

숨이 끊어지기 전 정점에 선 여왕의 황홀경을 맥주로 표현한다면, 바로 '죽음의 카니발'이라고 칭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독 높은 도수의 맥주들로 페어링이 진행되었던 이날의 책맥모임, 『국경시장』과 진한 맥주들 그리고 깊이 있는 이야기들에 흠뻑 취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답니다 :)



책맥모임 시즌3 1회차 『국경시장』 후기 재미있게 보셨나요? 아직 2회차, 3회차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남은 시즌3 프로그램들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번 프로그램의 페어링 맥주 구매에 도움을 주신 신세계L&B윈비어크래프트앤컬쳐버즈샵 그리고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셨던 참가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리며,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칩니다. 

 비어스픽에서 선보이는 다양하고 새로운 큐레이션 페어링 프로그램들에 대한 정보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크래프트 맥주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파트너들에 소식은 비어스픽 뉴스레터인 '페어링레터'를통해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비어스픽 뉴스레터, 페어링레터(PARING LETTER) 구독 신청: http://bit.ly/2lIHjWh 


감사합니다 :D



*지난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비어스픽] 책맥모임 시즌2 4회차 김금희,『너무 한낮의 연애』바로가기 : https://brunch.co.kr/@beerspic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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