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어스픽 Sep 23. 2019

김금희, 『너무 한낮의 연애』와 함께 마셔본 맥주

[비어스픽] 책맥모임 시즌2 4회차 후기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음 속에 뜨겁고 강렬하게 남아있는,

그런 사람이 있으신가요?






안녕하세요, 맥주로 만나는 새로운 경험 비어스픽입니다.


오늘은 지난 5월 초에 진행되었던 비어스픽의 인기 프로그램이자 북페어링 프로그램, 책맥모임 시즌2의 마지막, 세번째 모임의 후기를 준비해보았습니다. 벌써 두번째 시즌의 마지막 회차를 맞이하게 되어서 그런지 아쉽기도 하고 감회가 새로운 모임이었는데요.


본격적인 후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전에 진행되었던 책맥모임의 지난 모임들의 후기 링크를 공유해드리니, 궁금하신분들은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책맥모임 시즌2 2회차,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후기 : https://brunch.co.kr/@beerspick/15


*책맥모임 시즌2 3회차,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후기 : https://brunch.co.kr/@beerspick/3






책맥모임 시즌2의 마지막 모임 역시 마포구에 위치한 ‘마케팅 5길’에서 진행되었는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사이드픽을 채워주셨던 파퍼스케틀콘, 히빈드라이, 사실주의베이컨문학동네 MD 상품들 덕분에 더욱 풍성한 책맥모임을 가질 수 있었답니다.  


Q4. 『너무 한낮의 연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은 어떤 것인가요?




지난 5월 2일에 진행되었던 책맥모임 시즌2 4회차에서는 김금희 작가님의 단편집 『너무 한낮의 연애』를 다루었는데요. 차기작『경애의 마음』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금희 작가님은 따뜻하고 세심한 문체를 통해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작가님입니다.


최근 출간된 소설 『오직 한 사람의 차지』에서는 소설가 윤희경님이 '나는 이 작가가 이제는 잘 쓰는 작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작가로 나아갔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추천사를 남길 정도로, 문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님이기도 한데요.


최강희와 고준 주연의 드라마로도 각색되었던 소설『너무 한낮의 연애』는 우리들의 지나간 사랑과 사람, 그리고 일상으로 남아있을 여러 가지 지난 일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가끔은 충격적이면서도 김금희 작가님 특유의 따뜻한 문장으로 우리들의 기억속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소설인데요. 그 안에서도 노동 문제나 여러 가지 사회적인 이슈들을 다루고 있어 더욱 풍부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따뜻하면서도 잔잔한 감동, 그리고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단편집 「너무 한낮의 연애」와 어울리는 맥주는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비어스픽에서 준비한 4가지 북 페어링을 하나씩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첫번째 페어링

작가 페어링, 『너무 한낮의 연애』의 작가 '김금희 작가님' X 팀머만스 브루어리의 '피치람빅'


팀머만스 피치람빅 (ABV 4.0% / Fruit Lambic)

'람빅' 맥주는 크래프트 맥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접하기 힘든 스타일의 맥주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대개 굉장히 신맛(Sour)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크래프트 맥주 입문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팀머만스 브루어리는 세계에서 람빅 맥주를 가장 오랜 시간동안 제조해온 것으로 유명한 양조장입니다. 무려 1700년대부터 람빅 맥주를 만들어온 곳인데요. 그 중에서도 피치 람빅은 크래프트맥주 입문자들도 조금은 쉽고 편하게 람빅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룻 람빅(Fruit Lambic) 스타일의 맥주입니다. 양조 과정에서 실제 복숭아가 첨가되어 풍부하고 친숙한 복숭아의 향과 맛에 이어, 은은하면서 정교한 람빅 고유의 시큼하면서 쿰쿰한 캐릭터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맥주이죠.


이번 책맥모임에서 김금희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 접해보신 분들이 (호스트님을 포함하여) 많이 있으셨는데요. 어떤 소설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한고 읽을 때에는 누구에게나 약간의 기대 반 두려움 반의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너무 한낮의 연애』는 첫번째 소설부터 책장을 덮을 때까지 어느 것 하나 읽히지 않는 어려운 단편이 없었고, 그렇다고 어느 것 하나 여운이 남지 않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 여럽다는 걸 해냅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났는데요.


마치 쉽게 읽히지만 진한 여운을 주는 김금희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 접해보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팀머만스 브루어리의 '피치 람빅'을 페어링해보았습니다.


*『너무 한낮의 연애』의 밝은 톤의 표지와 피치 람빅의 새콤한 맛이 참 잘 어울리기도 같기도 하네요!




두번째 페어링

소재 페어링, 소설 『세실리아』 속, '세실리아의 말투' X 라시렌 브루어리의 '와일드 세종'


라시렌 와일드 세종 (ABV 6.5% / Sasion)

라시렌 브루어리는 호주에 위치한 양조장으로, 벨기에 팜하우스(Farmhouse) 맥주이자 노동주인 세종(Sasion) 스타일의 맥주를 주로 만드는 곳입니다.


그 중에서 와일드 세종은 효모의 복합적인 캐릭터를 극대화하기 위해 두배의 야생효모를 사용하여 발효했습니다. 그 덕에 진한 시트러스의 아로마가 나는 동시에, 굉장히 드라이한 피니시를 보이는 독특한 맥주입니다.


'세실리아의 말투'와 '라시렌 와일드 세종'의 페어링은 이날 베스트 페어링으로 가장 많이 뽑혔던 페어링이기도 한데요.


소설 속 세실리아는 굉장히 밝지만 동시에 생명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 소설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게 너무 다른 두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였는데요. 여기에 일조하는 것은 '두번씩' 말하는 세실리아의 말버릇이었습니다.


"왜 그랬니? 왜 연락했니?", "찾아오지마, 찾아오지마", "뭐가 그렇게 웃기니? 그 작품이 웃기니?"

- 김금희 『너무 한낮의 연애』 중에서 -


서로 다른 두가지 모습이 오묘하게 섞여있다는 점에서 라시렌 브루어리의 '와일드 세종'과 세실리아의 말투는 서로 닮아있습니다.


* 많은 것이 묶여 있고 억압 되어있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어김없이 드러내는 세실리아. 야생(와일드) 효모로 만들어진 맥주 와일드 세종... 이러한 점에서도 두 존재는 서로를 정말 많이 닮아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번째 페어링

소설 페어링, 『우리가 어느 별에서』 X 듀퐁 브루어리 '본뵈'


듀퐁 브루어리는 벨기에에 위치한 양조장으로, 1759년에 농장 형태의 양조장(Farm brewery)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특이한 점은 1995년 이후로 치즈도 같이 생산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그 중에서 1970년에 만들어진 이 맥주, '본뵈'의 풀 네임은 'Avec les bons Vouex de la Brasserie Dupont'입니다. '양조장 듀퐁의 좋은 염원을 담아..'라는 뜻으로 본래 연말에 선물용으로 만들어졌던 시즈널 맥주라고 하는데요.


소설의 주인공이자 간호사인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세계'에서 멀어지는 과정들은 이 소설의 후반부까지 계속됩니다. 고아원이라는 세계, 구두를 찾고 있던 병원에서 마주친 환자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시작된 옥수수밭이라는 세계, 별을 올려다보는 세계 등등...


그리고 책의 말미에서는 망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잊은 병원 환자들이 "지금 어디 와 있는 거예요?"라고 묻습니다. 소설의 맨 마지막 문장은 '어딘가를 향해 여전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사실이다'구요.


이 소설은 저마다의 '세계'와의 계속되는 '이별'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별'이 결코 '단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도치 않게 멀어진 친구들이나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가만히 떠오르게되고 '어디서든 잘 지내길, 온전히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가장 크게 자리잡더라구요.


소설 속에서 '이별'하는 모든 세계에 몰래 가서 이 맥주를 가만히 놓아두며, 그 세계의 존재들이 '어디서든 잘 지내길, 온전히 잘 지내길' 염원해 봅니다.


*소설 속 고아원은 수녀님에 의해서 운영이 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이 듀퐁 본뵈 맥주도 Abbey Beer로 수도원에서 생산된 맥주라는 점도 재미있는 페어링 포인트일 수 있겠네요!




마지막 네번째 페어링

인물 페어링, 『너무 한낮의 연애』의 등장인물 '양희' X 뽀할라의 '로이츠'


뽀할라 로이츠 (ABV 11.5% / Barrel Aged Imperial Buckwheat Porter)

뽀할라는 에스토니아에 위치한 양조장으로, 다양한 재료들을 첨가하여 풍부하면서 강렬한 풍미와 높은 도수가 느껴지는 맥주들을 제조하는 곳입니다. 또한 맥주의 특징을 잘 담아낸 감각적인 라벨 디자인으로 미각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전세계 크래프트 맥주 애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양조장이기도 하는데요.


그 중에서 '로이츠'는 에스토니아 어로 '섬광'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맥주는 피트 훈연을 통해 만든 맥주인데요. 피트(Peat)는 죽은 습지의 식물 유기물 중 과도한 수분, 산소 부족과 같은 습지의 악조건으로 인해 석탄화 되지 못한채 땅속에 남아 있는 상태의 탄을 말합니다.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 속 주인공 ‘필용’이 사랑했던 대상 '양희'의 삶은 멀리 떨어져서 보면 아무런 색깔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마 현실에서의 양희는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존재일 거예요. 하지만 '필용'에게는 다릅니다.


양희는 대학생 시절의 필용에게 뜬금 없이 ‘사랑해요’라는 말 한마디를 건네며 건조하게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인사이동을 당한 필용의 도망치는 일상에 홀연히 나타났습니다. 마치 필용의 고요한 세계를 뒤흔드는 '섬광'처럼요.


죽은 습지의 유기물인 '피트'는 존재감 없는 '양희'를, 섬광이라는 뜻의 이름 '로이츠'는 오롯이 필용에게만 보이는 존재감 넘치는 '양희'를 닮아 있습니다.


* 뽀할라 로이츠의 무겁고 드라이한 목 넘김은 마치 무미건조하던 ‘양희’를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맥주를 마신 후 느껴지는 포근한 커피향은 결국은 따뜻했던 ‘양희’를 연상시키기도 했지만요...




맥주 향기와 이야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5길. 오늘 책맥모임의 분위기는 끝까지 식을 줄을 몰랐답니다.


마지막 회차까지 풍성하고 즐거운 시간 만들어주신 정현님에게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




비어스픽에서 준비한 책맥모임 시즌2 4회차 『너무 한낮의 연애』의 북페어링은 어떠셨나요? 


맥주 구매에 도움을 주시는 도움 주신 맥주 수입사 크래프트앤컬쳐준트레이딩에게, 그리고 책맥모임 시즌2에 함께해 주셨던 정현님, 많은 참가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리며 오늘의 후기를 마칩니다.


비어스픽에서 선보이는 다양하고 새로운 큐레이션 페어링 프로그램들에 대한 정보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크래프트 맥주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파트너들에 소식은 비어스픽 뉴스레터인 '페어링레터'를통해 받아보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비어스픽 뉴스레터, 페어링레터(PARING LETTER) 구독 신청: http://bit.ly/2Jt6KDt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나다밥상'에서 야키소바와 함께 마셔본 맥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