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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어스픽 Sep 03. 2019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과 함께 마셔본 맥주

[비어스픽] 책맥모임 시즌2 첫번째 모임 후기



언제나 바다에 일렁이는 파도처럼,

누군가를 항상 생각하고 그리워해본 적이 있나요?




안녕하세요, 맥주로 만나는 새로운 경험 비어스픽입니다.


오늘은 지난 3월에 진행되었던 비어스픽의 북페어링 프로그램, 책맥모임 시즌2의 첫번째 모임의 후기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시즌2에서는 국내외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난 부분이었는데요.


본격적인 후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전에 진행되었던 책맥모임 시즌1 모임과, 시즌2 오리엔테이션의 후기 링크를 공유해드리니, 궁금하신분들은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책맥모임 시즌1 4회차 『그 겨울의 일주일』 후기 바로가기 : https://brunch.co.kr/@beerspick/14


* 책맥모임 시즌2 1회차 오리엔테이션 후기 바로가기 : http://naver.me/5MuFEBw8





비어스픽 책맥모임 시즌2는 합정역 인근에 마케터의 놀이 공간, 5길에서 진행되는데요. '마케터가 틈틈이 노는 공간'인 5길은 각종 모임이나 소규모 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합니다. (책과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저희 책맥모임에도 딱 맞는 분위기의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3월 21일의 저녁, 오늘의 참가자분들이 하나 둘씩 5길로 자리해주셨는데요. 오늘은 지난 오리엔테이션의 이어서, 파퍼스케틀콘사실주의베이컨 그리고 히빈드라이까지 추가되어 사이드픽 테이블을 가득 채워주신 덕분에 더욱 풍성하게 모임을 시작할 수 있었답니다.


Q4.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비어스픽 책맥모임 시즌2 첫번째 북페어링 도서는 국내 소설가의 장편소설입니다. 바로 김연수 작가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인데요.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박보검이 읽던 책으로도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시인이면서 동시에 소설가이신 김연수 작가님은 국내 문학계에서 특유의 아름다운 문장으로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계신 작가님입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출생한지 불과 1년만에 어머니의 자살을 겪으며 미국으로 입양된 주인공 '카밀라'가 한국에 돌아와 어머니의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입니다. 입양문제로 시작하여 노동, 미혼모 등 무거운 사회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김연수 작가님 특유의 아름다운 문장들과,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시'들이 빛을 발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비어스픽과 책맥모임의 든든한 호스트 정현님이 어떻게 북페어링을 준비해보았을지, 지금부터 하나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첫번째 페어링

인물 페어링, '유이치' X 구스아일랜드 '질리안'


구스아일랜드 질리안 (ABV 8.6% / Saison)

구스아일랜드는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브루어리로 국내에서는 'Goose IPA', 'Goose 312'와 함께 거위 맥주로 잘 알려져 있는 브루어리이기도 합니다. 구스아일랜드의 '질리안'은 베리류의 향연을 통해 섬세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맥주인데요. 화이트 와인 배럴에서 숙성하여 마치 샴페인과 같은 성숙함을 느낄 수 있는 맥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메인 캐릭터들이 지나가고 나면,  나무 배럴의 텁텁한 느낌과 쿰쿰한 끝맛이 남게 됩니다.


'유이치'는 프로그램 전 간단히 가져본 자기소개 시간에, 질문카드의 4번째 질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은 누구인가요?'에서 가장 많은 분들이 뽑아주신 인물이기도 한데요.

카밀라의 섬세하고 성숙한 연인 유이치, 그녀가 글을 쓰게 하고, 정희재가 될 때 까지 가장 가까이 있었던 인물이죠. 화려하고 로맨틱한 사람은 아니지만 수수함과 섬세함이 매력적이었죠. 재촉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카밀라의 곁을 지키는 성숙한 연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소설 속에서 유이치는 마지막 편지를 남기며 카밀라를 떠나게 됩니다. 아름답고 성숙하지만 결국에는 씁쓸해진다는 점에서 이 질리안과 유이치는 서로 닮아있습니다.




두번째 페어링

구절 페어링, '소설 속 구절' X 벨칭비버 '팬텀 브라이드'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물고기떼를 보는데, 내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뛰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중략)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 물고기인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면서도 오로라 물고기는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어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슬퍼하기에는 꿈 속의 일들이 너무 달콤했다.'

-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중에서 -


벨칭비버 팬텀 브라이드 (ABV 7.1% / IPA)

'팬텀 브라이드'는 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IPA 맥주로 잔에 따랐을 때 퍼지는 황금색 빛깔, 거기에 자몽, 오렌지, 파인애플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향이 매력적인 IPA입니다.


하지만 이내 뒤따르는 IPA 특유의 쌉쌀한 끝맛이 느껴지는 맥주이기도 하죠.


위에서 소개해드린 구절은 소설 속 주인공 카밀라가 세상을 떠난 '엄마'를 소리 높여 불러보았던 날 꾸었던 꿈에 대한 내용입니다.


꿈이라서 더욱 화려하고, 꿈이라서 더욱 아리고 슬픈 기억으로 남는 장면이었는데요.

화려한만큼 쌉쌀한 맛이 느껴지는 벨칭비버의 '팬텀 브라이드'는 화려한만큼 아리는 카밀라의 '꿈의 내용'과 서로 닮아있습니다.





세번째 페어링

무드 페어링, 카밀라(정희재)의 어머니 '정지은의 목소리에 있는 분위기' X 알마냑 '화이트라벨'


알마냑 화이트라벨 (ABV 7.3% / Saison)

알마냑 브루잉 컴퍼니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해 있으며, 'Farm-To-Barrel'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농작물과 배럴 에이징에 특별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양조장입니다.


그 중에서 '화이트라벨'은 쇼비뇽 블랑의 풍미가 느껴지게 하는 노블 홉(German Hallertau Blanc)과 머스캣 포도를 사용했으며, 거기에 화이트 와인 배럴에 숙성까지시킨 맥주입니다.


카밀라의 어머니인 정지은을 깊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나약한 사람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언어 폭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죠.


하지만 2부 전체를 휘감는 화자 정지은의 목소리에서는 누구보다 강인한 고귀함을 느껴졌습니다. 직접 들어본 적은 없지만, 정지은의 목소리에는 은은하게 배어있는 우아함과 강인한 힘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지은의 목소리에 담긴 '분위기'를 맥주로 표현한다면, 소비뇽 블랑의 고급스러운 풍미와 함께 화이트 와인 배럴의 강렬한 맛이 느껴지는 '화이트라벨'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요?




네번째 페어링

소재 페어링, '날개' X 뽀할라 '웨에'


- 유진 :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가 없어요. (중략) 중요한 건 우리가 결코 이 날개를 가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날개는 꿈과 같은 것입니다. (중략) 날개는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 지은 :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건너갈 수 있니? 너한테는 날개가 있니? 나한테는 날개가 있어, 바로 이 아이야.”

- 김연수 작가 :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중에서 -


뽀할라 웨에 (ABV 10.5% / Imperial Baltic Porter)

뽀할라는 에스토니아에 위치한 양조장으로 다양한 재료들을 첨가하여 풍부하면서 강렬한 풍미와 높은 도수가 느껴지는 맥주들, 그리고 맥주의 특징을 잘 담아낸 감각적인 라벨 디자인으로 전세계 크래프트 맥주 애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양조장입니다.


웨에(öö)는 에스토니아 어로 ‘밤’이라는 뜻입니다. 맥주 라벨 한켠에는 이 맥주가 에스토니아의 겨울밤처럼 어둡다고 묘사되어 있기도 한데요. 이 맥주를 마실 때면 때로는 고요하고 평온한 밤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높은 도수와 강렬한 풍미 때문인지 들이키기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소설에는 ‘날개’라는 단어가 여러 번 나옵니다. ‘날개’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삼키게 되는 어둠을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거기에 이 소설에서는 ‘날개’가 관용적인 의미와는 너무나 다른 맥락에 놓여있어서인지, 이 단어를 볼 때마다 깊은 어둠으로 가라앉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소설 속에서 ‘날개’를 읽을 때 느껴졌던 짙고 아픈 밤과 같은 느낌은, 이 맥주가 주는 맛과 분위기와 서로 닮아있습니다.




새로운 시즌의 첫번째 도서부터 조금은 무겁고 어두운 느낌의 책 그리고 맥주들과 함께했지만, 그 덕분인지 더욱 깊이있는 대화가 오고 갔던 오늘의 모임이었답니다.





비어스픽에서 준비한 책맥모임 시즌2 첫번째 북페어링, 김연수 작가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후기, 재미있게 보셨나요?


오늘도 책맥모임을 이끌어주신 호스트 정현님과 이번 모임을 함께해주신 참가자분들, 그리고 특별히 이번 모임에서 맥주구매에 도움 주신 맥주수입사 크래프트앤컬쳐준트레이딩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리며 오늘의 후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비어스픽에서 선보이는 다양하고 새로운 큐레이션 페어링 프로그램들에 대한 정보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크래프트 맥주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파트너들에 소식은 비어스픽 뉴스레터인 '페어링레터'를통해 받아보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비어스픽 뉴스레터, 페어링레터(PARING LETTER) 구독 신청: http://bit.ly/2Jt6KDt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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