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스픽] 책맥모임 시즌1 세번째 모임 후기
해안가에서 작은 호텔을 운영한다면,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어떤 순간을 선물해주고 싶으신가요?
안녕하세요, 맥주로 만나는 새로운 경험 비어스픽입니다.
오늘은 지난 12월에 진행되었던 비어스픽의 북페어링 프로그램, 책맥모임 시즌1의 세번째 모임 후기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시간은 조금 지났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는 마지막 모임이었는데요.
본격적인 후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전에 진행되었던 책맥 시즌1 모임에 대한 리뷰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니, 궁금하신분들은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책맥모임 시즌1 2회차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후기 바로가기 : https://brunch.co.kr/@beerspick/11
* 책맥모임 시즌1 3회차 『멋진 하루』 후기 바로가기 : http://naver.me/xlQ2aOCr
이번 세번째 모임 역시 연남동 인근에 위치한 연남장 2층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연남장 2층 공간은 굉장히 널찍하고 트여있는 구조에서 대화를 나누기가 더욱 편한 곳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연남장에 입주해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서로 업무를 공유하며, 다양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는 공간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어스픽 책맥모임 시즌1의 세번째 페어링 도서는 바로 메이브 빈치의 『그 겨울의 일주일』 입니다.
첫 소설『페니 캔들을 밝혀라』를 통해 소설가로 데뷔한 메이브 빈치는 『비와 별이 내리는 밤』과 『친구의 범위』, 『타라 로드』, 『프랭키 돌보기』 등 다양한 작품들을 남기며, 아일랜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중 한명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소설가이자 극작가인데요. 메이브 빈치는 특유의 재치있는 스토리 전개와 생생한 등장인물 묘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삶과 본성에 대한 세심한 관찰 등으로 유명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페어링할 도서인 『그 겨울의 일주일』은 메이브 빈치가 죽은 후에 출간된 마지막 작품이자, 메이브 빈치의 소설 작품 중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된 작품이기도 한데요.
아일랜드 서부에 위치한 해안 마을인 스토니브리지에서 태어난 주인공 '치키'가, 미국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고향에서 작은 호텔 '스톤하우스'를 운영하며 생겨나는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호텔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 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메이브 빈치 특유의 생생한 인물 묘사가 더욱 드러나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메이브 빈치의 마지막 소설인 『그 겨울의 일주일』과 페어링할 맥주들은 무엇일지, 지금부터 하나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인물 페어링, 등장 인물 '미스 퀴니' X 우드비어셀 '크릭 비에유'
미스 퀴니는 소설속에서 치키에게 호텔 사업을 제안했던 인물입니다. 고향인 스토니브리지로 돌아온 '치키'를 믿고 호텔 사업을 시작하게 해주었고, 불량한 생활을 일삼던 '리거'를 호텔로 받아들인 후 '리거'와 '카멀의 아이'를 가장 따뜻하게 반기기도 합니다. 또한 고양이 '글로리아'를 거두고 살뜰하게 보살폈고, 세상을 떠난 자매들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기리는 모습들이 소설에서 유독 기억에 남았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녀의 장례식에서 마을 사람들은 ‘마음씨 착한 미스 퀴니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오래 전부터 수십 년 동안 그들과 그들의 자녀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것을 생각하며 코를 풀고 눈물을 훔쳤다’고 말하기도 했죠.
미스 퀴니는 곧 스토니브리지의 정신적 지주이자 훌륭한 유산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우드비어셀 양조장은 1882년에 설립된 벨기에 전통 람빅 맥주 양조장입니다. 람빅 맥주는 오크통에서 긴 시간동안 숙성시킨 맥주로, 시큼(Sour)한 맛이 느껴져 입문자들에게는 다소 힘든 스타일의 맥주이기도 합니다.
우드비어셀의 크릭 비에유는 1882년부터 양조장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맥주인데요.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그 당시부터의 야생 효모로 여전히 발효시키고 있으며, 체리가 부재료로 첨가되기도 했습니다. 람빅 맥주 답게 새콤한 체리와 나무, 흙 내음이 퍼지고 베리, 라임류의 상큼함이 혀에 닿는 것이 특징인 맥주인데요.
우드비어셀 크릭 비에유를 마실 때면, 마치 샴페인 같은 맥주의 조밀한 질감의 탄산과 흙 내음 덕분에 미스 퀴니가 남긴 마음의 유산이 머릿 속에 떠올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무드 페어링, 소설 『그 겨울의 일주일』 X 반 스틴베르헤 '굴덴드락9000'
소설 속 배경이 되는 호텔, 스톤하우스에서 와인을 마시며 모든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호스트 정현님께서는 『그 겨울의 일주일』 은 자신의 인생에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 치유의 휴식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 두 번째 책이라고 말씀해주셨었는데요.
책을 덮고도 며칠 째 스톤하우스에서 휴가를 보내는 상상을 하고 있다며, 특히 적당히 흐린 날 바다를 내려다보며 두꺼운 가디건에 파묻혀 고양이 글로리아의 등을 쓰다듬고, 치키의 요리하는 소리를 들으며, 뱅쇼를 마시는 상상을 하니 가본 적도 없는 아일랜드, 존재하지도 않는 스톤하우스가 너무나 그리워졌다던 그 말에 모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번 스틴베르헤는 1784년에 설립된 벨기에 양조장으로서, 굴덴드락 시리즈는 번 스틴베르헤를 대표하는 라인업 중에 하나입니다. 그 중에서 굴덴드락9000은 와인 효모로 발효된 맥주로 달달한 캐러멜 느낌이 나기도 하고, 와인 효모로 2차 발효를 한 덕분에 과실의 풍미가 풍부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보통 9% 이상의 높은 도수를 자랑하는 쿼드루펠 스타일의 맥주는 윈터워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겨울의 스톤하우스에서 홀로 휴가를 즐기며 소설의 인물들을 만날 때 나눠 마시고 싶은 와인 같은, 그리고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맥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재 페어링, '스톤하우스' X 하디우드 '크리스마스 모닝'
하디우드 브루어리는 미국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크래프트맥주 양조장이며, 환경에 주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적인 에너지와 원료, 재료를 사용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 하디우드의 크리스마스 모닝은 부재료로 오트밀, 커피빈, 바닐라빈, 계피 등을 첨가하여 커피와 진저브레드, 다크초콜릿 맛과 아로마를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맥주인데요. 이렇듯 다양하면서도 달콤한 향기들을 통해 '크리스마스 아침'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자 했다고 합니다.
소설 속 많은 인물들이 스토니브리지를 떠났다 돌아오고, 스톤하우스에 눌러앉거나 스토니브리지에서 오래 살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스톤하우스는 자꾸만 돌아오게 되는 스토니브리지의 치유의 공간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우중충한 날씨마저 따뜻하게 느껴지는 절벽 위의 호텔은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깊은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치키의 요리를 먹는 것, 바다가 보이는 방에서 세월의 흔적에 안기는 것, 세 자매가 듣던 징 소리를 듣는 것... 책을 덮고 나서도 자꾸 소설 속의 장면들을 상상해보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운 사람들이 모이는 스톤하우스를 보자니, 평소에 자주 생각하고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핑계, 크리스마스, 연말 송년회와 같은 파티 분위기가 떠올랐습니다.
따뜻한 커피와 진저브레드를 닮은 '크리스마스 맥주'보다 스톤하우스에 잘 어울리는 맥주가 있을까요?
지금까지의 글만으로도 스톤하우스의 따뜻함과 치키의 미소가 전해질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앞선 페어링들도 물론 굉장히 훌륭하지만, 사실 비어스픽의 책맥모임 후기를 열심히 보셨던 분들이라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으실텐데요.
비어스픽의 책맥모임은 늘 소설의 주인공, 장면, 장소 등 소설 속의 다양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네가지 페어링을 소개해드렸지만, 오늘 후기에서는 세가지 페어링만 소개해드린다는 점이 다른 점이었습니다.
본래 이번 회차의 마지막 페어링은, 차오르는 바닷물을 피하며 바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두 여인, 위니와 릴리언이 위기 상황에 노래로 간극을 메우는 장면을 바탕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페어링 맥주로는 파이어스톤워커 페럴 비니페라라는 와일드 에일을 계획했었고, 프로그램도 아주 순차적으로 잘 진행이 되고 있었죠.
장면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후 맥주가 테이블에 위에 올라온 순간, 파이어스톤워커 페럴 비니페라가 아닌 아직 정현 님 조차도 마셔보지 못한 파이어스톤워커의 빈티지 맥주 '파이어스톤 워커 다크 앤 스토미'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런 초면 맥주 등장에도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시고,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간 정현님... 감사합니다)
결국 처음에 기획했던 페어링이 아닌, 이날 참가자분들과 함께 진저와 라임이 들어가고 럼 배럴에이징을 한 이 기이한 아메리칸 스트롱 에일과의 페어링을 함께 찾아보았다는 후일담이 있었다고 합니다. (원래 페어링 장면도 위기 상황의 간극을 메우는 장면이었죠..!)
맥주를 사온 비어스픽의 실수일지 맥주를 챙겨준 바틀샵의 실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모쪼록 부단히 마지막까지 고생해주신 정현 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해 드립니다.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도 있었지만, 이번 시즌의 마지막 모임을 기념하며 참가자분들과 함께 따로 준비해온 맥주까지 나눠 마시며, 맥주와 함께 다양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도 가져보았답니다.
비어스픽 책맥모임 시즌1은 여러모로 어려움도 많았지만, 조금씩 늘어나는 참가자분들과 함께 참가자분들에게도 저희 스스로에게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비어스픽에서 준비한 책맥모임 시즌1 마지막 세번째 북페어링 『그 겨울의 일주일』 후기, 어떻게 보셨나요?
오늘도 책맥모임을 이끌어주신 호스트 정현님, 그리고 지난 책맥모임 시즌1을 함께해주신 참가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리며 오늘의 후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책맥모임 시즌2에 대한 후기는 조만간 소개해드릴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비어스픽에서 선보이는 다양하고 새로운 큐레이션 페어링 프로그램들에 대한 정보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크래프트 맥주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파트너들에 소식은 비어스픽 뉴스레터인 '페어링레터'를통해 받아보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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