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어스픽 Sep 10. 2019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와 함께 마셔본 맥주

[비어스픽] 책맥모임 시즌2 3회차 후기




어린 시절 여러분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살아오면서, 멀리 있지만 간절히 소망하던 것이 있었나요?





안녕하세요, 맥주로 만나는 새로운 경험 비어스픽입니다.


오늘은 지난 4월에 진행되었던 비어스픽의 북페어링 프로그램, 책맥모임 시즌2의 두번째 모임 후기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책과 맥주를 사랑하는 분들의 열정적인 참여 속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요.


본격적인 후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전에 진행되었던 책맥모임의 지난 모임들에 대한 리뷰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니, 궁금하신분들은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책맥모임 시즌1 4회차, 메이브 빈치 『그 겨울의 일주일』 후기 : https://brunch.co.kr/@beerspick/14


*책맥모임 시즌2 2회차,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후기 : https://brunch.co.kr/@beerspick/15






비어스픽의 책맥모임 시즌2는 마포구에 위치한 ‘마케팅 5길’에서 진행되었는데요, 매번 사이드픽을 채워주셨던 파퍼스케틀콘, 히빈드라이, 사실주의베이컨과 이번 회차에서 특별히 잡지를 제공해 주셨던 비어 매거진 트랜스포터 덕분에 더욱 풍성한 책맥모임을 가질 수 있었답니다.


Q. 산티아고의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난번 4월 중순에 진행되었던 책맥모임 시즌2 3회차에서는 그 유명한 브라질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연금술사』를 페어링 도서를 선정했습니다. 『연금술사』는 파울로 코엘료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준 작품인데요. 특유의 동화적이면서 소소한 문체와, 교훈적인 내용 덕분에 필독서로 추천된 경우가 많아서 어렸을 적 접하셨던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연금술사』에서는 보물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어느 양치기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깨우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모험 중에 다양한 사람들 만나며 깨달음을 얻게 되는 내용도 담겨있죠. 얼핏보면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담아낸 소설이라고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산티아고가 여행 중에 마주치는 에피소들 중에는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리딩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산티아고의 여행길에 어울리는 맥주는 무엇일지, 지금부터 비어스픽에서 준비한 4가지 북페어링을 하나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첫번째 페어링

인물 페어링, '산티아고의 아버지' X Far Yeast Brewing의 '카구아블랑'


카구아블랑 (ABV 8.0% / Belgian Strong Ale)

Far Yeast Brewing Company는 '맥주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다시 회복시킨다'는 슬로건 아래에 품질 높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맥주를 제조하기 위해 노력하는 양조장입니다.


그 중에서 '카구아 블랑'은 화이트 와인을 모티프로 한 맥주입니다. 밝은 컬러의 맥주 위에 구름 같은 헤드가 형성되고, 코를 스치는 유자향에 뒤이어 화사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구아 블랑은 외관이나 풍미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은 느낌을 선사하는 맥주입니다.


양치기가 되겠다는 주인공 산티아고의 말에 아버지는 금화 세 개가 든 주머니를 주며, 양을 사고 세상을 마음껏 돌아다니라고 격려해줍니다.


만약 아버지가 산티아고를 축복하며 술을 한 잔 건넸다면, 샴페인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가진 술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수를 치면서 큰 소리로 여행의 성공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두 눈을 마주보고 조용히 손을 잡은 채 나지막히 축복과 안녕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머리에 그려졌죠.


떠나는 산티아고를 축복하기도 하지만, 아들을 마주할 때는 뜰뜬 모습 보다는 차분히 응원해주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가장 잘 담아낸 맥주는 아마 이 '카구아 블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긴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내가 의자하고 기대왔던 사람과 함께 적당한 무게의 술을 나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두번째 페어링

장면 페어링, '크리스탈 가게의 노인과 산티아고가 만나는 장면’ X 로덴바흐 브루어리의 '그랑크루'


로덴바흐 그랑크루 (ABV 6.0% / Flanders Red Ale)

'로덴바흐 브루어리'는 1821년 벨기에에서 설립된 양조장으로서, 오크통에 숙성시킨 유니크한 스타일의 맥주를 제조하는 곳입니다. 한국에서는 '와인' 맥주 만드는 곳으로 잘 알려져있는 양조장이기도 한데요.


그 중에서 '그랑크루'는 오크 푸더에서 2년간 숙성한 맥주와 1년이 되지 않은 어린 맥주를 블렌딩하여 만들어진 맥주입니다. 두 맥주와 오크 나무의 특성이 만나 기분 좋은 새콤함과 청량함, 와인과 같은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어 냈고, 그 풍미는 그랑크루를 마치 또 하나의 새롭게 탄생한 맥주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메카 순례여행을 꿈으로만 간직하던 크리스탈 가게의 노인과 여행길을 떠난 젊은 산티아고의 만남은 소설 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가게에서 일하고 싶다는 산티아고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노인은 '진열대를 만들고 싶다, 크리스탈 잔에 차를 담아 팔고 싶다'는 산티아고의 두 제안까지 모두 받아들입니다.


이 두 가지 제안을 승낙하기 전에 둘은 대화를 나누고, 각자의 꿈을 보고 대하는 방식이 '존중'에서 '조화'로 나아가며 크리스탈 가게는 새로운 이야기를 입게 되죠.


리스탈 가게의 노인과 산티아고의 만남이 만들어 낸 새로운 이야기는, 로덴바흐의 '그랑크루'와 서로 닮아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 산티아고와 함께 크리스탈 가게에 비치된 잔에 로덴바흐 그랑크루를 따라 마실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세번째 페어링

소재 페어링, '모래 알갱이' X 앵커리지 브루잉의 '아나드로모스'


앵커리지 아나드로모스 (ABV 8.5% / Black Sour)

“모래 알갱이 한 알에 담긴 억겁의 세월”


중학생 때부터 늘 마음에 새기고 사는 니체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세상의 지극히 작은 조각도 무한하다’ 라는 구절인데요. 이 즈음에 모래 알갱이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진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안에 수많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었고, 덕분에 사진과 글을 함께 기억하게 된 것입니다.


‘모래 알갱이 한 알에 담긴 억겁의 세월’이라는 표현을 본 순간, 니체의 말과 사진과 이 맥주가 함께 기억이 났습니다. 바로 앵커리지 브루잉의 '아나드로모스' 인데요.


이 아나드로모스라는 맥주에는 너무나 많은 캐릭터들이 느껴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접해본 분들에게는 더욱 쉽게 공감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이 맥주는 다양한 캐릭터들로 인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지만, 이러한 반전들이 부조화가 아닌 형언할 수 없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사워 맥주지만 검은 빛, 피노누아와 버번 위스키 배럴에 1년 반을 숙성시켜 신선한 산미에 탄닌감과 과실향, 달콤한 바닐라 향과 포터같은 카카오, 건과일 캐릭터까지.. 모두 자연스럽게 섞여져 있기 때문이죠.   


*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이나 숙성된 맥주를 마신다면, 모래 알갱이가 쌓아온 억겁의 세월을 조금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 네번째 페어링

구절 페어링: 아래 소설 속 구절 X 드 할브만 브루어리의 '스트라프 헨드릭 쿼드루펠' 


스트라프 헨드릭 쿼드루펠 (ABV 11% / Quadrupel)

“달빛은 이윽고 사막의 침묵 위에 내려앉아, 보물을 찾아 머나먼 길을 헤쳐온 한 청년의 험난한 여정을 감싸안는 듯했다."


이 문장은 곧 다가올 환희의 순간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소설 속에는 피라미드를 발견한 산티아고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죠.


환희를 마주하기 직전, 산티아고의 고뇌와 갈등과 희망이 담긴 사막의 모든 모래알들이, 따뜻한 침묵으로 산티아고를 감사 안고, 이를 달빛이 흐뭇하게 쳐다보는 광경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드 할브만 양조장은 1564년 어떤 가문의 문장에 있던 달을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스트라프 헨드릭 쿼드루펠'은 차분한 건과일의 풍미와 무거운 질감이 느껴지는 맥주입니다.


게다가 이 맥주는 캄캄한 색깔을 띄고 있기 때문에, 잔 속에 맥주가 따라져 있을 때 마치 힘있는 눈빛을 가진 달이 새겨져 있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죠.


잔에 따라져 있는 '스타르프 헨드릭 쿼드루펠'. 이 맥주의 모습과 맛은 마치 어두운 밤 사막의 따스한 침묵을 담은 것과 같을 것입니다.


* 쿼드루펠은 트라피스트 맥주를 생산하는 수도원에서 구분 짓는 스타일 중에 하나이며, 10도가 넘는 높은 도수를 자랑합니다. 맥주를 마신 후 느껴지는 취기 속에서 산티아고의 환희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산티아고의 끝없는 모험이 계속 되었던 것처럼 책과 맥주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던 5길. 10명 남짓되는 인원이 모였던 오늘의 책맥모임의 대화는 그 어떤 모임보다도 풍성했습니다.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 정현님, 항상 감사합니다!!




비어스픽에서 준비한 『연금술사』 북페어링 어떠셨나요? 다음 4회차에서는 김금희 작가님의 단편집 『너무 한낮의 연애』 북페어링이 기다리고 있으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맥주 구매에 도움을 주시는 도움 주신 맥주 수입사 크래프트앤컬쳐와 준트레이딩에게, 또 이번 모임에서도 애써주신 정현님, 그리고 이번에도 책맥모임을 가득 채워주신 참가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리며 오늘의 후기를 마칩니다.


비어스픽에서 선보이는 다양하고 새로운 큐레이션 페어링 프로그램들에 대한 정보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크래프트 맥주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파트너들에 소식은 비어스픽 뉴스레터인 '페어링레터'를통해 받아보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비어스픽 뉴스레터, 페어링레터(PARING LETTER) 구독 신청: http://bit.ly/2Jt6KDt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버거와 함께 마셔본 맥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