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산 친구들이 함께하는 단톡방이 시끄럽다.
며칠 전 남쪽 끝 동네에 자리한 세 개의 산을 오르자는 결의를 목격했다.
열정과 기대, 설렘의 현장을 바로 옆에서 목격함에도 선뜻 ‘같이 가자’라는 말이 나오지 않음은 일말의 양심이다.
올해는 아내와 함께하는 산행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에서 연간 사업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듯 하고 싶지는 않아 막연히 많이 가겠다는 목표만 세웠다. 허나 목표란 구체적이어야 하고 세부적이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매월 1회 매주 둘째 주 토요일은 아내와 산에 가는 날로 지정하고 실행한다면 매우 이상적이겠지만 실로 비현실적인 나만의 욕심인 것을 잘 알기에 핑계를 대자면 그냥 많이 가겠다.로 나 홀로 합의를 봤다.
산은 가고 싶으나 소중한 주말에 아내를 두고 혼자 집을 나서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물론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서로가 원하지만 문제는 그 횟수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매월 4번의 주말 중에(가끔 5번 있기도 하지만) 한 번은 산에 간다고 혼자 사라지면 누가 좋아하랴. 산이 좋고 생각만 해도 설레지만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당연히 더 좋고 소중하다.(난 신혼이다.)
이번 산행 계획은 아내와는 함께할 수 없는 코스다. 아니 아내에겐 어이없는 상식 밖의 일정이다. 남 이야기인 듯 살짝 계획을 흘리며 반응을 살폈지만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겐 그만큼 쉽지 않은 기회다. 맘 맞는 비슷한 구력과 열정이 있는 동행과 함께하는 장거리 산행 일정을 놓친다면 다음 기회는 당장에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행을 결정할 시간은 남아있다. 결심과 내려놓음, 설득과 자제 과연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스스로 창피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지금 난 산행에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