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나를 억눌렀던 부정적인 감정들의 소용돌이는
어느 정도 PMS의 영향인 것으로 밝혀졌다.
PMS는 과학이야.
아무튼, 비만 내리 오던 날씨가 다시 파래진 것과 동시에
가라앉았던 나의 텐션도 조금 올라왔다.
정말 싫었던 회사에서의 9시간도
어느 정도 맛있는 커피 한 잔과 눈치껏 월루할 수 있는 시간만 주어진다면야
버틸 수는 있겠다고 생각되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나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이번 달 간간히 약속을 잡아두었고
달력을 보며 이렇게 9월이 금방 가겠구나 생각한다.
내일은 우연히 스테이폴리오를 구경하다
충동적으로 예약해버린 춘천의 어느 숙소로 여행을 간다.
여행이라기엔 그냥 체크인하고 방에 머무르다 체크아웃하는 것이지만.
모를 타인을 위해 정성스레 꾸며놓은 공간에 들어가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최근에 구매한 [스몰 스텝]이라는 책을 정독하며
일상에서 내가 습관화시키고 싶은, 시켜야 할, 시키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정리해볼 거고,
간단히 장 본 것들로 나만을 위한 저녁상을 차려 먹을 거고,
밤에는 숙소에서 제공한다는 망원경으로 별을 실컷 구경할 것이다.
다음날 아침엔 알람 없이 일어나 산책을 할 거고,
숙소에서 마련해주는 조식을 맛있게 먹을 거다.
이 시간 동안 휴대폰은 꺼둘 거고,
세상을 궁금해하지 않을 거다.
이날의 탐구 대상은 오로지 나.
내게 주어진 시간.
그리고 공간.
감정을 탐독하다 문득 울고 싶어 진다면
울어버릴 거고
웃고 싶어 진다면 박장대소해볼 거다.
그리고 용기 내어 이런 시간들을 삶에 추가하고 있는
나 자신을 칭찬해줄 거다.
그래, 이렇게 경험해보면서 더 어른이 되는 거야.
어제 유퀴즈를 보다 장항준 감독이 한 말에 깊은 공감을 했다.
인생에 있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오로지 내 것인 시간은
10년 남짓이라고.
그 외엔 부모님 뜻에 따라,
책임질 것이 많아짐에 따라,
더 시간이 흘러서는 어딘가 아파할 부모님을 위하느라,
온전히 나로 살기 힘들어질 거라고.
불투명 속에 놓인 지금 이 순간이
아이러니하게도 오로지 나를 위한 순간이라고.
그러니 내가 해보고 싶은 대로 해봐도 괜찮다고.
이런 순간들이 쌓여
나는 불안 속에 안정을 찾아갈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