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에 새로 지은 사향융복합체육관.
건물과 길가 사이의 빈터는 인적이 드문 외진 곳이다. 그 화단에 유채처럼 기다랗게 '갓'이 자랐다.
갓 하면 갓김치다.
특히 여수 돌산의 갓김치는 톡 쏘는 향, 쌉싸름한 맛, 부드러운 식감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배추김치와는 다른 겨자 맛의 갓김치가 내게 낯설기만 하다.
실제로 갓은 십자화과(배추과) 식물로서 최근에는 잎을 먹기 위해 개량한 것을 갓, 씨앗을 얻기 위한 것을 겨자라고도 한다.
즉 노란색의 겨자(mustard)는 갓의 씨앗을 갈아 물에 푼 것으로 예로부터 향신료나 약으로 이용되었다.
그렇다면 회나 초밥에 쓰이는 녹색 와사비는 무엇일까?
와사비도 십자화과 식물로 굵은 뿌리를 갈아서 만든 일본의 대표적인 향신료다. 와사비나 겨자의 매운맛은 입술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시니그린이라는 성분이 휘발되어 올라오면서 코를 자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와사비를 고추냉이라 부르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종이다. 다만 와사비(Wasabia japonica Matsum)와 고추냉이(Wasabia koreana Nakai)가 매우 가까운 속이었기 때문에, 외래어를 국어로 순화하는 과정에서 고추냉이라 한 것이다.
작디작은 겨자씨는 여러 대조적인 비유로 쓰였다.
불교에서의 '겁'이란 커다란 그릇에 가득 찬 겨자씨를 100년에 한 알씩 모두 꺼내는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또한 예수는 천국을 겨자씨에 비유했다.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풀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마 13:31-32)" 그런데 여기서 겨자씨는 흑겨자로 추정되는 씨로서 자라면 갓과 비슷한 나물이 된다.
그런데 왜 나무라 했을까?
마태복음보다 먼저 쓰인 마가복음에는 "심긴 후에는 자라서 모든 나물보다 커지며 큰 가지를 내니(막 4:32)"라고만 되어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흑겨자는 2~3 m 까지도 자라며 줄기는 새들이 앉을 만큼 단단하고 굵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나무는 아닌 것이다.
실제로 제주에서 본 유채도 꽃이 지고 난 줄기는 매우 단단했고 그 속에서 새가 '푸르륵' 날아올랐다.
쌉싸름한 맛이 내 입맛과는 다른 갓김치.
그 맛이야 항상 그러하겠지만, 아침 산책길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주친 갓이 생각지도 못한 새로움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