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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이 Jun 27. 2024

월평탐험대

월평에서 다이빙하고 먹고 나눈 이야기

월평포구에 가기로 한 전날 조류가 세서 입출수 시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다이빙이 취소됐다. 아쉬운 마음에 집마당에서 바다만 멍하니 보고 있었고 저녁 날씨는 바람 한점 없이 평화로웠다.

‘내일 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다음날 아침. 마당을 나가보니 밤새 비바람이 쏟아진다는 일기예보는 마음이 바뀐 용왕님의 변덕에 맑은 하늘이 펼쳐져있었다. 어라? 제주시는 서귀포시와 날씨가 많이 다르고 또 바다는 시시각각 변하니 포기해야겠지.. 다음 기회가 있을 거야.. 하고 마음을 잡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월평 다이빙 다시 간다는데.. 갈 수 있어?’

‘그래? 왠지 그럴 것 같았어! 그럼 짐 싸야지!’

‘바다가 허락할 땐 무조건 가는 거야’


도착한 월평포구는 무인도에 떨어진 것처럼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줬다. 하늘과 바다는 서로 경쟁하듯 파란 기운을 뿜어냈다.

좁은 돌계단을 따라 장비를 들고 내려가보니 다이빙하러 온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모래는 거의 없는 돌멩이해변에 짐을 내려놓고 바다로 들어갈 채비를 했다. 어제의 망설임이 민망할 정도로 뜨거운 뙤약볕이 까만색으로 무장한 우리를 콕 찍어 내리쬐었다.

뜨거웠지만 좋았다. 슈트를 두 겹 입고 땀범벅이 됐지만 재밌었다. 처음 가보는 월평은 바다로 나가는 곳부터 투명했고 절벽으로 감싸 안은 해변은 아늑했다.


포토스팟 놓칠 수 없지!


해변에서 나와 한참을 수영해서 다이빙존을 찾았고 연습을 시작했다. 1팀은 15m 정도 추를 내렸고 우리 2팀은 6m 정도 줄을 내려 한 명씩 돌아가며 다이빙을 했다.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3-4m 지점에서 계속 이퀄라이징이 되지 않아 올라오기 바쁘다. 자꾸 반복해 보는 수밖에 없겠구나.. 세상에 쉬운 게 하나 없네..

한 시간 반 정도 다이빙을 마치고 블루홀 옆 해변으로 가서 거북이한과로 당을 채우고 절벽 가까이 헤엄쳐 갔다. 거북손과 날카로운 껍데기가 뒤덮인 절벽은 맨손으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핀을 먼저 벗어 올리고 클라이밍 하듯 팔과 다리를 벽에 대고 몸을 올렸다. 절벽 너머 세상은 신비로웠다.

월평탐험대는 다시 못 올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실컷 담았다. 살면서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그늘에서 먹는 김밥, 초당옥수수, 바질페스토&채소스틱, 빵^^


출수 후 그늘에 자리를 잡아 각자 챙겨 온 음식들을 펼쳐 놓고 허기를 달랬다. 처음 보는 다른 일행들에게도 바다를 무사히 다녀온 안도감 같은 것이 느껴졌고 너그러워진 마음에 그늘과 옥수수도 맘껏 나눴다.


어려운 프리다이빙이지만 또 다른 세상을 만나고 있다는 것이 가슴을 뛰게 한다. 다이빙크루들과 까맣게 탄 얼굴을 마주하며 물이 줄줄 흘러나오는 코를 아무렇지 않게 닦는다. 이마에는 후드와 마스크 사이 그을린 자국이 선명하게 생겼지만 우리 가슴에는 그 보다 더 진한 용기 한 줄이 새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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