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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이 Sep 10. 2024

뿔소라비빔국수

전복보다 뿔소라


제주바다에는 금체기가 있다. 해녀들의 생존권을 위해 뿔소라가 산란을 하는 6월에서 8월까지는 잡을 수가 없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금체기가 풀리기를 기다리다 9월이 되면 작업을 위해 움직인다. 9월은 수온은 아직 따뜻하고 햇볕은 조금 잦아들어 입수하기 좋은 데다가 소라를 채집할 수 있어 여름바다보다 더욱 끌린다.


대정 바다로 출동


아직 따뜻한 바다에는 해파리와 해파리의 잔해(따꼼이)들이 남아있지만 이젠 슈트와 장갑과 복면으로 무장한 채 겁 없이 들어간다. 바닷속 여(큰 바위) 가까이로 가 돌틈과 바닥 쪽을 살피다 보면 뿔소라의 뾰족한 꼭지가 눈에 들어온다. 작년에는 바다에서 헤엄치랴 숨 쉬랴 바빴기 때문에 소라를 찾을 겨를도 없었는데 옆에서 맛보라고 주는 소라는 바다에서의 긴장감을 녹여주는 치료제 같았다.


그런데 이제는 바다에서 뿔소라가 보인다. 바위 사이사이 알이 큰 소라를 발견했을 때는 산삼을 발견한 것처럼 물속에서 조용한 비명을 지른다. 한 시간 남짓 줍다 보면 가져온 망이 제법 차 미련을 두고 나가기로 한다.


뿔소라는 회로 먹으면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좋고 2-3분 삶아 내장을 제거해서 먹기 좋게 썰면 야들야들 부드러운 맛에 아이들도 엄지 척을 날려준다.


함께 간 언니가 집으로 가서 비빔국수를 해 먹자고 해서 대충 짠물만 씻어내고 다 같이 동네로 이동.

한 명은 망치로 소라껍데기를 깨고 한 명은 내장과 이빨을 제거하고 한 명은 깨끗이 씻어 얇게 썬다. 일사불란하게 분업이 진행되고 어느새 접시 가득 쌓인 뿔소라는 바다를 통째로 먹는 것처럼 싱싱하다.


전복보다 맛난 갓 잡은 뿔소라


뿔소라의 회를 어느 정도 먹으니 다음 코스 비빔국수가 나온다. 당근, 오이, 깻잎, 양파, 홍고추, 청고추를 얇게 썰고 삶아놓은 뿔소라와 탱탱한 소면을 초고추장 양념에 버무리면 새콤달콤한 향에 입에 침이 고인다.


알이 굵은 뿔소라를 찾아내고 무거운 채집망을 이고 지고 차에 실어 맛있는 요리까지 해준 바다 친구들 덕분에 오늘도 바다경험치가 쌓여간다.





[ 뿔소라 삶는 법 ]


-깨끗한 물로 모래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헹궈준 후

큰 냄비에 물과 함께 넣고 끓여준다.


-팔팔 끓기 시작하면 2-3분 더 삶아준 후 꺼내 찬물로 한 김 식혀준 후 젓가락을 이용해 알을 쏙 빼준 후 내장과 이빨을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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