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촉촉한 문어와 감자의 조합
주변에 낚시를 좋아하는 분들이나 다이빙, 또는 밤수영을 즐기는 분들의 영웅담 중에는 문어가 빠지지 않는다. 다이빙선생님은 외도 앞바다에서 하루에 60마리 정도의 문어를 잡은 적이 있다고 했고 제주에서 한달살이를 하던 낚시광 친구네는 집 앞 등대 아래 걸어놓은 통발에 매일 문어가 잡히는 행운을 얻으며 육지로 떠날 때 우리에게 그 통발을 분양하고 갔다. 나도 바다와 친하다면 친한 사이인데 얼마 전 뿔소라를 잡으러 갔을 때 문어를 한 번 본 것이 전부라 내 손으로 잡아보고 싶지만 아직 실력 부족으로 사 먹어야 한다.
우리 집 둘째는 문어와 낙지를 좋아하고 여름이면 한치 먹는 재미에 산다. 그런 둘째의 입맛에 맞춰 할아버지가 공수하신 자숙문어를 보내주시는 날이면 우리 집은 잔치가 열린다. 정성스럽게 삶아져서 온 커다란 문어는 정말이지 다리 하나하나 굵직굵직 귀하다. 참기름 장에 찍어먹으면 문어의 탱글탱글한 식감이 혀의 미각을 자극한다.
귀한 재료이니 만큼 더 새롭게 먹고 싶어 스페인식당에서 먹었던 문어요리를 떠올려 재연해 보기로 한다.
문어에 버터향을 입히고 감자를 찐다. ‘뽈뽀’라는 스페인 요리는 자숙문어와 감자를 볶아낸 요리인데 나는 좀 더 샐러드에 가깝게 허브와 채소를 추가했다.
오이와 방울토마토 적양파를 작게 썰고 레몬드레싱을 만들어 문어와 감자에 곁들여준다. 문어의 쫄깃함, 감자의 쫀득함, 채소들의 아삭함이 드레싱과 어우러져 샐러드 한 접시에 스페인 햇살까지 머금은 것처럼 싱그럽다.
[ Recipe ]
1. 자숙문어를 얇게 썰어 키친타월에 펼쳐 물기를 없애준다.
2. 감자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삶아준 후 오일 두른 팬에 노릇노릇 겉을 구워준다.(껍질째 찌면 더 맛있다.)
3. 방울토마토를 4 등분하고 오이는 씨를 빼서 작게 썰어준다. 적양파도 최대한 작게 썰어준다.
4. 올리브오일+레몬즙+소금+후추+딜! 다져서 넣고 잘 섞어준다.
5. 볼에 문어, 감자, 채소를 넣고 드레싱에 살짝 버무려준다.
6. 넓은 접시에 보기 좋게 담아낸다.